[기자의 눈]이동영/정치놀이판 ‘경기 체전’

  • 입력 2001년 8월 30일 18시 29분


내년 4월 열릴 48회 경기도체육대회의 개최지가 또 바뀌었다. 일관된 원칙이 없이 개최장소가 결정되는 탓에 주민과 일선 자치단체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당초 안양시가 개최지로 확정된 상태였으나 5월11일 47회 경기도체육대회 폐막식에서 ‘전격적’으로 장소가 의정부시와 양주군으로 변경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도지사가 회장인 경기도체육회는 안양시 측과 개최지 변경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당 단체장을 둔 안양시의 공무원들은 “우리와 아무런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최지를 변경한 것은 의정부 국회의원과 시장이 여당소속이기 때문이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개최지를 둘러싼 혼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년 대회를 고양, 남양주, 구리, 포천, 동두천 등 의정부와 인접한 시군으로 분산해 열기로 또 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행사를 준비하는 도체전 상황실측은 30일 “경기북부에서 처음 열리는 큰 행사이므로 그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라는 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일부 종목을 분산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8개 경기종목 중 의정부와 양주에서는 10∼12개 종목만 치러질 예정. 나머지 경기를 떠맡게 된 다른 5개 시군은 졸지에 경기대회는 물론, 식전행사와 문화행사를 준비하라는 지시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경기 북부 10개 시군 중 7개 시군에서 대회가 치러지는 ‘광역공동개최’인 셈이다. 지방선거 시기인 4월에 경기북부 대부분의 지역에서 강력한 광역단체장 후보자의 한사람인 현 지사의 지휘 아래 대규모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미묘한 시기에 묘하게 개최지를 ‘광역화’하면서 열리는 내년 경기도체육대회는 ‘경기 정치체전’이란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동영<이슈부>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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