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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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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나와 함께 일한 사람 중에 기업 임직원을 상대로 조직 개발이나 리더십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은가에 관해 강의를 많이 하는 이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강의 준비를 할 때 우스개 얘기책을 열심히 찾아 읽는 게 특이했다. 책장마다 밑줄도 치고 노트에 옮겨 적기도 하면서 일 삼아 읽는 식이었다.
강의 도중 잠깐씩 책에서 배운 우스개 소리를 전해주면 졸던 사람들도 잠을 깰 정도로 강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분위기도 좋아져 유익하다고 했다.
그럴 듯한 얘기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는 썩 수긍하지 못했다. “강사가 워낙 유머 감각이 있어서 강의를 재미있게 하는 거야 좋겠지. 그렇다고 해서 강사가 개그맨도 아닐 바에야 유머 연구에까지 시간 쓸 게 뭐 있나. 우스개 소리를 따로 준비한다는 것 자체도 낯간지러운 일 아닌가”하는 게 내심이었다.
그랬던 내 생각은 나중에 돌이켜보니 너무 경직된 것이었다. 강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듣는 이에게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유머를 궁리하는 것은 진지한 직업 의식의 발로일 것 아닌가. 본말이 전도되지 않는 한 오히려 장려할 일이라고 봐야 옳다.
내가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얻게 된 이런 깨달음은 실은 이 책이 소개하는 간단한 한 마디에 집약되어 있다. 미국의 전국강사협회에서 통용되는 얘기라는데, ‘전문 강연가면서 돈 벌 생각이 없다면 사람들을 웃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된 메시지는 유머를 비즈니스의 다양한 국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득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연을 많이 하는 컨설턴트와 코미디언이 자기들 체험과 일상적인 소재를 많이 동원해 썼다. 유머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면 왜 득이 되는지 설명하고, 유머를 비즈니스에 써서 득 본 기업과 경영자들 사례도 소개해놓았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써먹을 만한 유머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알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재미있는 유머가 많이 실려 있으리라고 기대하면 실망한다. 우스개 얘기들을 모아놓은 유모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문 도처에서 설명에 쓰이는 유머 예화들도 국내 독자들이 읽고 “그것 정말 재미있네” 할 만한 얘기는 썩 많지 않은 것 같다. 미국식 유머 감각과 우리네 그것과 차이가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90, 91, 228 쪽 등에 나오는 ‘정치적으로 올바르다(politically correct)’는 번역은 그 뜻이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이 말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사실 곧 사회적 상대성을 감안해 마이너 그룹에 대한 차별적 언행을 삼가자는 리버럴리스트 이념을 따르는 태도를 가리킨다.
꼭 찍어 옮길 말이 없다면 문맥에 따라 적절한 의역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희진 옮김, 원제 ‘Laugh & Grow Rich’(2000년)
곽해선(SIM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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