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한나라당 "광복절 경축사때 실정 사과해야"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4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발표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12일 이례적으로 사전 주문사항들을 내놓았다.

김 대통령이 헌법준수를 선언하고 그동안의 실정(失政)에 대해 사과하며 지난해에 공언한 국정쇄신책 발표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상 ‘대통령의 책무’ 규정(제66조의 2)을 거론한 뒤 “김 대통령이 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국민의 시각”이라며 “대북 퍼주기, 통일헌법 논의 등으로 국체 변경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대변인은 현정부의 실정 사례로 공적자금 탕진, 의약분업 강행, 교육 파탄 등을 꼽고 “책임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며 협조를 구해야 야당이나 국민도 협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국정쇄신에 대해선 “노벨상을 수상하러 갈 때 국정쇄신책을 내놓겠다고 하고 1년이 다 되도록 지키지 않고 있는데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포기 등을 포함해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부패 무능 인사들을 버리고 유능한 사람을 널리 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요구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것.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야당이 제기하는 그런 정치공세성 문제들이 아니라 당면 과제인 경제위기 극복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고 말하고 “따라서 경축사에서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주로 언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관계자들은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 △다양성이 보장되는 성숙된 민주사회 △남북 및 대외관계 등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김대통령은 이런 어젠더를 통해 남은 임기 1년반의 국가경영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실제로 요즘 김 대통령은 세계 일류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현재 52개뿐인 세계 1등상품을 연말까지 120개, 2005년까지 500개로 늘릴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골몰해 있다”고 전했다.

<윤승모·송인수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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