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우디앨런 '셰인'은 볼수록 위대한 영화

  • 입력 2001년 8월 9일 18시 41분


우디 앨런은 등을 약간 구부린 특유의 걸음걸이로 시사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면서 서부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자신이 왜 ‘셰인’을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택했는지 그 이유를 미리 써왔다고 말했다. 그가 꺼낸 원고는 컴퓨터가 아니라 타자기로 친 것이었다.

그 원고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셰인’이 위대한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앨런은 낭독을 마친 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으며, 자꾸 보면 볼수록 이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이눈’ 같은 영화도 훌륭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셰인’에는 시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영화가 시작되고, 기자는 앨런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앨런의 대답은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앨런은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 말을 하는 재주는 없다”면서 20분 정도 영화를 보고 필름을 멈춘 후 얘기를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 제안에 따라 영화의 첫 20분을 보고난 후 앨런은 영화의 도입부에서 간략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묘사되는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지적했다.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연출 솜씨 덕분에 관객은 셰인과 그가 우연히 머물게 된 집의 꼬마 아들 조이와 거의 첫눈에 사랑을 느끼는 연인들처럼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 수 있습니다. 아이가 셰인의 총에 손을 댔을 때 그가 휙 돌아서는 장면은 정말 놀랍죠. 그 장면 하나로 셰인이 얌전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거친 세상을 살아온 총잡이임이 드러나니까요. 악당들도 힘만 믿는 깡패들이 아니라 때로 합리적인 행동을 하려 애쓰는 사람들로 묘사됩니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악당 라이커 형제들은 마을 사람들을 몰아내기 위해악의 상징인 잭 윌슨이라는 인물을 불러오고, 결국 싸움을 꺼리던 셰인이 조이의 아버지를 대신해서 싸움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적을 모두 죽인 후 자신도 부상을 입은 채 석양빛 속에서 마을을 떠나간다. 조이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향해 돌아오라고 애절하게 소리치지만 셰인은 말 등에 몸을 웅크린 채 그냥 멀어져갈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폭력 앞에서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항상 셰인 같은 사람이 나타나주거나, 자신이 셰인 같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죠. 하지만 자신을 대신해서 싸워줄 사람이 나타나는 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http://www.nytimes.com/2001/08/03/movies/03WATC.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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