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7월 16일 23시 3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박철순 선동렬 최동원 김재박 장효조…. 그들의 이름은 ‘올 스타(All star)’가 아닌 ‘올드 스타(Old star)’. 세월은 속일 수 없어 머리가 벗겨지고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들이 됐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여전히 뜨거웠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올드스타전’. 한라와 백두 양팀의 선발은 선동렬과 최동원이었다. 당대 최고의 투수로 현역시절 프로에서 1승1무1패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영웅.
경기 전 “훈련을 너무 많이 해 어깨가 뭉쳐 130㎞나 나올지 모르겠다”고 엄살을 떨던 선동렬은 1회 연속안타를 맞아 무사 2, 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현역선수 못지 않은 최고시속 134㎞의 강속구를 뿌리며 3타자를 범타로 처리해 “역시 선동렬”이란 찬사를 받았다.
경기에 앞서 불펜피칭을 한 뒤 “벌써부터 손바닥에 쥐가 난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최동원도 최고 스피드는 111㎞였지만 변화구를 섞는 노련한 피칭으로 1회를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이들의 대결은 무승부.
선동렬에 이어 등판한 프로원년 OB(현 두산)우승의 주역인 ‘불사조’ 박철순도 120㎞대의 강속구를 뿌려 팬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이날 ‘올드스타전’은 경기내용도 충실했다. 방망이와 글러브를 놓은 지 많게는 십수년, 적게는 몇년이 흘렀지만 선수들은 현역 때의 폼 그대로 타격과 수비를 팬들에게 선보였다. 5이닝 경기를 치르는 동안 실책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그 증거. 손을 맞춰볼 겨를이 없었는데도 한라팀 이광은(3루수)과 서정환(2루수)은 백두팀의 2회말 공격 무사 1, 2루에서 3루수 땅볼을 병살처리하기도 했다.
멋진 수비와 공격으로 팬들을 매료시킨 이 경기는 한라팀이 2-1로 역전승했고 0-1로 뒤진 5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극적인 역전 2점홈런을 때려낸 한라의 이순철은 47표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현역 14년을 통틀어 단 한번도 페넌트레이스나 올스타, 플레이오프 MVP로 뽑힌 적이 없는 그가 은퇴한 뒤에야 생애 소원인 MVP상을 거머쥐었다는 점도 아이러니컬했다.
<김상수·김종석기자>sso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