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임숙/"중국에 뭘 수출하나…"

  • 입력 2001년 7월 11일 18시 33분


“중국은 93년 이후 8년 동안 외국자본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치했습니다. 이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개방의 폭과 깊이는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상하이(上海)에서 만난 웨야오싱(岳咬興) 상하이 재정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상하이를 보면 11월로 다가온 WTO 가입을 앞둔 중국의 역동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한국기업들은 그다지 편하지 않다. 중국시장은 커지겠지만 팔 물건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올 들어 대(對) 중국 수출시장이 시들해지고 있고 이 추세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대중(對中) 수출액은 7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과거 두자릿수 증가율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고품질 브랜드가 없기 때문. “많은 중국인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가격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품질은 최고라고는 보지 않아요.” 웨야오싱 교수의 말이다.

KOTRA 상하이무역관 이송 관장이 보는 시각은 더 절박하다. “중국이 우리의 3대 수출시장인데도 섬유 화공 철강 반도체를 제외하면 팔 물건이 별로 없어요. 그나마 5년 정도만 지나면 중국이 이것도 대부분 따라올 겁니다.”

은행도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다. LG전자가 네덜란드의 필립스전자와 함께 디스플레이 부문 합작회사를 출범시켰지만 이 회사에 투자한 것은 씨티은행, 네덜란드의 ABN, 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은행이었다. “한국계 은행에서도 투자했다면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을 것입니다.” 구승평 LG필립스 디스플레이 사장의 말이다.

거대한 중국이 움직이면 엄청난 소용돌이가 생길 것이다. 한국경제가 이 가운데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기술개발, 이미지 개선 등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임숙 경제부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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