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아의 책 사람 세상]책속으로 떠나는 피서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30분


무더운 장마철에 접어들고 학생들의 방학도 곧 시작이다. 출판시장에서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보다 여름이 위세를 떨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아마 밖에 나가 돌아다니기 힘든 날씨와 학생들의 방학이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먹구름으로 어두운 하늘 아래서도 아늑한 집안에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몇 권 소개할까 한다.

우선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이 읽을 만한 책으로는 ‘반지의 제왕’(황금가지)으로 유명한 J.R.R 톨킨의 ‘호비트의 모험’(창작과비평사)을 권할 만하다. 한창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판타지 소설들의 시조라고 할 만한 ‘반지의 제왕’의 전편 격인 작품이다. 유럽의 민담과 전설을 기초로 세워진 톨킨의 환상 세계는 모험과 기지를 가득 담고 있으면서 치밀하고 아름답다. 번역과 삽화도 어린이들이 보기 좋게 되어 있다.

중학생쯤 된 청소년의 더위를 식혀주는 데에는 ‘괴담’ 시리즈도 괜찮다. 그중 추천하고 싶은 것은 ‘중국의 괴담’ ‘영국의 괴담’ ‘독일의 괴담’ 등 명문당에서 나온 세계 각국의 괴담 시리즈이다.

촌스러운 제목과 역시 촌스러운 표지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커다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괴담 수준에서가 아니라, 각국의 환상문학이나 낭만주의 문학 가운데서 작품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테오필 고티에나 E.T.A 호프만,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처럼 저명한 작가들도 섞여 있다. 기왕 청소년이 공포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면, 한번 무섭다고 떨고 마는 싸구려 괴담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와 맞닿아있는 문학작품으로 공포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고등학생 정도라면 ‘현대성의 형성 :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현실문화연구·1999년)로 우리 근대사를 되짚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앞의 책들도 그렇지만, 이 책도 어른들이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겨우 100년 전에 시작된 우리의 근대가 급박하게 지나온 길을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어보는 것이야말로 세대차를 뛰어넘어 동시대인으로서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히 드러내 보여주는 문헌자료와 삽화들은 교육적인 동시에 흥미롭다.

얼마 전 온라인 채팅실에 어떤 중학생이 들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한다”고 해서, 아직도 우리 독서교육은 아이들이 독서에 정나미를 떼게 하는 교육이구나 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책은, 다른 모든 교육적 효과를 떠나서, 재미있는 것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아이들이 알게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송경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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