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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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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밝혀진 북한 상선들과 우리 해군 함정 사이에 오간 통신내용을 보면 북한측 상선들은 무슨 권리라도 주장하듯 제주해협을 침범했고 우리는 ‘침범하지 말아달라’고 사정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완전히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느낌이다.
여기에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2일 제주해협을 침범한 북한 상선 ‘청진2호’가 우리측에 “작년 6·15북남협상 교환시 제주도 북단으로 항해하는 것이 자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정된 것으로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북한 상선의 우리 영해통과와 관련된 ‘이면합의설’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상선측은 상부의 지시를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그런 사람들이 ‘6·15북남협상에서 결정’ 운운한 얘기를 아무런 근거없이 꾸며서 했을까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정부는 최근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과 우리의 소극적인 대응이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를 얼마나 떨어뜨리고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 6·15선언 1주년을 맞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주로 정부의 ‘원칙없는 자세’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북정책이 정정당당하게 추진되지 않아 자연히 그 투명성도 의심받고 이른바 남남(南南)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6·15선언이 한반도 분단사에서 갖는 역사적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1주년을 맞는 오늘,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일방적으로 합의사항을 파기하고 때없이 우리의 영해를 침범하는 북한측의 저의는 무엇인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전략은 어떤 것인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 약속은 언제 지켜지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어떻든 북-미대화가 다시 시작됐다. 북한으로서는 남북대화를 거절할 명분이 없게 됐다. 우리는 다시 한번 북한이 진실한 자세로 지체없이 남북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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