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SW 불법복제품 단속이후 대차대조표

  • 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34분


“앞으로도 이대로만 같아라.”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은 요즘 희색이 만면한 모습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SW 불법복제 단속에 힘입어 매출이 예년보다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SW업체들은 대부분 단속이 펼쳐진 3월과 4월 두달간 매출이 2∼3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정품 사용 분위기도 확산되는 등 부대효과도 거두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SW업체들은 불법복제 단속으로 연 1조원 이상의 수익효과를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누가 얼마나 벌었나〓한글과컴퓨터는 1분기 매출이 1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5억원에 비해 100%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중 ¤글 워디안 제품의 판매가 80%를 차지했다. 안철수연구소는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25억원에 비해 180%나 증가한 70억원이었다. 이 기간 순이익도 매출액의 30% 수준인 21억원.

나모웹에디터를 보유한 나모는 단속기간중 매출이 40% 가량 늘어났다. 나모웹에디터의 경우 기업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1차 소프트웨어’는 아니기 때문에 매출증가가 다른 업체에 비해 두드러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오토데스크 등 외국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값비싼 제품이 많아 이번 단속의 가장 큰 수혜자로 분석됐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들은 “단속기간 중 늘어난 SW 매출 중 80% 이상은 외국업체들의 몫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실적발표에는 인색한 인상.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속기간중 늘어난 매출은 120억∼140억원으로 전체 연매출에는 6∼7% 증가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어도비는 ‘포토샵’ 등 제품의 판매액이 지난 3월에만 2∼3배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얻은 만큼 잃은 것도 있다〓SW업체들은 불법복제 단속으로 소비자에게 심어준 신뢰감이 약화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갑자기 강도 높은 단속이 실시돼 소비자 여론은 나빠진 면이 있다”며 “기업으로서는 이런 식의 반짝 특수가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속기간중 유통사들이 제품가격을 올리면서 어도비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업체들은 ‘악덕기업’으로 몰리기도 했다. 어도비의 관계자는 “단속이 끝나면서 매출이 다시 줄어들고 있다”며 “단속파동으로 이제까지 쌓아놓은 기업 이미지가 손상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이에 따라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한편 정품 사용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정보통신부는 “국내 SW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에 따라 업계에 불법복제 단속에 부응한 가격 인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불법복제 단속은 9∼10월 또 한차례 실시될 예정이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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