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시내버스 보조금 재원조달 갈등

  • 입력 2001년 4월 29일 19시 13분


전국 시내버스 파업이 정부의 보조금 지급 방침으로 타결됐지만 보조금에 대한 재원 조달방안을 놓고 예산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시내버스 파업을 막기 위해 올해 지급키로 한 보조금 1000억원을 지자체가 우선 차입해 지원하면 내년도 예산에서 이를 보전키로 했다. 또 내년부터는 버스업계 경영 여건 변화에 따라 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열악한 지자체 재정 형편상 올해 추경 예산에 시내버스 보조금 항목을 신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휘발유 특소세 등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교통특별회계’에 ‘대중교통 계정’을 만들어 항구적인 보조금 지급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이 의견을 모으지 못할 경우 버스업계에 또다시 ‘파업’의 빌미를 제공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산 당국 논리〓기획예산처는 관계 부처 협의 과정에서 보조금 지급이 결정됐지만 올해 추경 예산에 바로 반영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한정된 국가 재정 형편상 우선 순위가 떨어지고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되기 때문이다. 또 중복 및 적자 노선에 대한 구조조정과 서비스 개선, 버스업체에 대한 경영 실사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시내버스 업계의 ‘모럴 해저드’ 때문에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올해 필요한 보조금은 지자체가 차입을 통해 조달하고 버스업계의 경영 개선 노력 여하에 따라 내년도 예산에서 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교부와 지자체 구상〓시내버스가 도시 교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서울의 경우 수송 분담률 26.8%)이 높은 데다 주 사용층이 서민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항구적인 보조금 지급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버스 노선이 줄어들어 자가용 운행이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이 더 드는 만큼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버스 운행을 지속시키는 것이 싸게 먹힌다는 논리다.

차동득(車東得) 서울시 교통관리실장은 “선진 외국의 경우 사회적 비용 절약 차원에서 채산성이 없는 시내버스를 정부나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세금이 더 많이 들어간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버스업체에 약간의 보조금을 지급하면 그런 대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항구적인 보조금 재원 확보가 결과적으로 예산을 아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중앙 정부 차원의 별도 예산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가 보조금 재원을 차입해 지급하고 내년도 예산에서 보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등 일선 지자체들도 겉으로는 추경 예산 배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인 파업 해결이 당면 과제였던 만큼 돈줄을 쥐고 있는 예산 당국의 방침에 크게 반대하지는 못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올해 지급할 보조금은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보전 받을 수 있지만 내년에 필요한 보조금은 재원 확보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세한 국내 버스업계 형편상 1년 안에 획기적인 경영 개선이 이뤄지기는 힘들기 때문에 내년에도 파업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보조금 지급 재원이 없으면 요금 인상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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