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신경제 미래 장밋빛인가 잿빛인가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34분


정보기술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발전해왔다.

낙관론자들은 ‘신경제’가 구경제보다 더 빨리 성장할 뿐만 아니라 훨씬 더 안정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 몇 달 간 벌어진 일들은 그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보기술은 197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팩시밀리처럼 멋진 기계들이 널리 보급되었지만 경제적 생산성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995년경부터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정보기술이 왜 이 때 갑자기 큰 이윤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는지 그 이유는 지금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간에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처럼 이러한 경제적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사람들이 이 때 갑자기 눈부시게 부상했다.

이 낙관론자들이 신경제의 성장성뿐만 아니라 안정성까지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냉정한 경제분석가들조차 수요의 감소와 재고축적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슬럼프가 발생한다는 고전적인 경제주기 이론에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

희망에 찬 한 전문가의 예측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유연한 생산을 위한 신기술들은 기업들이 재고의 불균형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해 원하지 않는 재고 축적의 징조가 나타나면 즉시 생산량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제때 생산량을 줄이지 못해 엄청난 재고과잉을 떠안게 되었다. 심지어는 ‘실시간’ 재고관리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정보처리 시스템을 판매하는 회사들조차 재고의 과잉축적으로 인해 최악의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시스코시스템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시스코가 왜 이러한 문제들을 안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밝혀내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어쩌면 인터넷을 이용한 ‘가상기업’처럼 운영된 이 회사의 경영전략이 문제였을 수도 있고, 관리자들의 기술과신이 문제였을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신경제에 대한 장밋빛 예측 중에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 섞여 있었음을 정책 입안자들이 깨닫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불안하다. 실시간 재고관리에 대한 낭만적인 전망을 담은 앞의 인용문은 바로 그린스펀 의장이 겨우 두 달 전에 금융정책에 대해 증언하면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연국희기자>ykook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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