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공룡박사 1호' 지질자원硏 이융남 박사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5분


공룡 박사 1호.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공룡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딴 이융남(43) 박사에게 늘 따라다니는 호칭이다.

5년 전 미국에서 귀국해 서울대, 연세대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해온 이 박사가 지난 2일 대덕연구단지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흥밋거리로 정도로 여겨져 왔던 공룡 연구에 정부출연연구소가 나섰다는 사실이 흥미로워 그를 만났다.

”올 가을 지질자원연구원 내에 건립될 지질박물관(750평)에 전시할 화석과 광물을 수집, 연구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박물관이 제 모습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주인공격인 공룡의 완전한 골격 화석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발굴된 것은 아직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이나 캐나다에 가서 사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박사의 꿈은 한반도를 대표하는 공룡의 완전한 골격을 발굴해 연구, 전시하는 것. 국내에서는 80년대 이후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중생대 때 호숫가였던 남해안 일대의 지층에서 수없이 많이 발견됐지만, 온몸 뼈 화석은 나온 적이 없다. 하지만 이 박사는 ”중생대 때 호숫가가 아닌 강가나 범람원 환경에서 만들어진 지층이 경상도 지방에 많아 우리나라에서도 완전한 공룡 골격이 대규모로 발견될 가능성은 높다”고 강조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최근 경기도 시화호, 전남 보성, 경남 고성에서 발견되는 공룡알의 집단 둥지다. 또한 지난해 경남 하동군의 무인도에서 공룡의 원형 모습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뼈가 한꺼번에 발굴됐다. 경북 의성에서도 커다란 목긴공룡의 어깨뼈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주변 절개지에 노출돼 있으나, 발굴비를 감당하지 못해 철조망을 치고 석고를 씌워 입혀 보존해 놓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이 박사는 ”공룡을 발굴하려면 몇 억 원의 발굴비가 들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 히타치, NHK, 아사히신문 등 많은 기업이 문화사업 차원에서 기부를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기업이 나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현재 공룡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 가장 뜨거운 관심거리는 죽은 뼈화석 연구를 넘어 살아있는 공룡으로서 그들의 생리적 특징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새가 공룡의 후예라는 점은 이미 공룡학자들의 99%가 동의를 하고 있고, 멸종 원인도 운석 충돌과 화산 폭발로 모아지고 있지만, 이미 멸종한 생물의 생리적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뼈 화석만으로 추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