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아침해가 떴네요. 저와 동생 로트는 밖에 나갔습니다. 어, 로트 뒤에는 날씬하고 긴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저는 뚱뚱하게 비춰져요. 왜 그럴까요? 아하, 제 뒤에는 개집이 있어 그림자가 개집에 그려졌지 뭐예요. 로트는 그냥 잔디밭에 그림자가 생겼구요. 아시겠어요? 그림자 닿는 곳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 모양도 다르답니다.
이번엔 냇가에 나갔어요. 거긴 더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바람 때문에 잔물결이 일자 제 그림자가 막 흔들렸어요. 바람이 더 세게 불자 제 모습은 제대로 보였다가 거꾸로 보였다가 아주 이상하게 되더니 아예 알아볼 수 없는 모양이 됐지 뭐예요.
그 때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이 보였어요. “물고기야, 잠깐만. 너는 네가 어떻게 보이니.” “물 속에서 보면 뭐든지 동그랗게 보여.” “그게 무슨 소리야?” “응, 냇가에 줄지어선 나무들이 보이니. 그걸 물 속에서 보면 활시위처럼 둥그렇게 휘어져 보여. 또 내 시야에서 벗어난 물체도 볼 수 있어. 이게 다 물이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야.”
저는 거기서 개구리와 물거미를 만나 더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어요. 또 물방울에 비친 하늘이며 나무며 구름도 봤구요. 해가 지면서 물 속에 잠기는 모습도 멋있었어요.
이제 밤이 됐네요. 저도 자야겠어요. 안녕. 근데 별들도 물에 비춰지나요?
안젤라 드 브레이더 글·그림, 김희정 옮김
47쪽 8700원 문학동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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