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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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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들은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다. 해마다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아무런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므로 전혀 축하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과거 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축하한다.
그 날이 바로 새로 태어난 날이 된다. 그 사람들은 아이였을 때의 이름도 때가 되면 버린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지어주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지혜가 늘고 삶의 목표가 뚜렷해지기 때문에 어렸을 때의 이름이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사람들은 어렸을 때의 이름을 버리고 다른 이름을 선택한다. 그 사람들은 그러므로 일생 동안 여러 이름들을 가질 수 있다. 그 사람들에게 자신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과거는 그저 ‘자신 앞에 있던 시간’일 뿐이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독특한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존중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독특한 재능도 역시 존중한다. 그 사람들은 자신 안에서 발견한 재능을 개발하고 이용하면서 평생을 보낸다. 그리고 새로운 재주를 익힐 때마다 새 이름과 지위를 얻는다.
그 사람들은 인위적이고 피상적이며 가식적이고 달콤한 것을 추구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영원한 본질을 발견하는 데 시간을 다 써도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어떤 것도 당연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목을 축여주는 한 방울의 물, 아침식사로 먹게 되는 싱싱한 야채, 지는 태양, 반복되는 일상, 그 어느 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무엇이든 신의 의도이며, 존재할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임을 믿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세상의 모든 것은 신성하며 하루는 늘 새롭게 주어진다.
그것은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 아니다. 오늘은 늘 좋은 날이다. 그 사람들은 사람의 심장에는 피 이상의 것이 흐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사람들은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고 어느 것도 저장하고 있지 않지만, 이 세상은 더없이 풍요로운 장소라는 것을 믿고 있다.
이 아름다운 사람들은 문명인들이 아니다. 그들은 호주의 ‘참사람 부족’이라는 원주민들이다.
이 책은 한 백인 여의사가 원주민들에게 초대되어 본의 아니게 몇 달 동안의 사막 도보 여행을 하며 느낀 체험담을 담은 것이다. 사막 여행을 마친 날 여의사는 문명과 자연이라는 두 세계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두 가슴’ 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1994년 코팅이 안된 모조지에 자비로 인쇄해 출판한 이 책은 같은 해, ‘무탄트’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나는 이 책을 잡은 순간 매료되었고,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비밀이 있고 지혜가 있다. 살아있는 자연이 있고,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그녀의 여행은 우리 모두가 한 번 체험하고 싶었던 그런 것이었다.
구본형(변화경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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