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세기의 전설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59분


◇세기의 전설/김중현 지음/271쪽, 8000원/좋은책만들기

‘너 행복한 시절이여, 흐름을 중지하라/우리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의/그 짧은 희열이나마 맛보게 해 다오…,’

프랑스 문호 알퐁스 라마르틴의 ‘호수’ 중 한 구절. 누가 시인에게서 이토록 엄청난 열정을 이끌어냈을까? 연인 쥘리 샤를르가 그 주인공이었다. 라마르틴이 시에서 조급해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쥘리의 생사를 알 수 없었기 때문.

라마르틴이 호수를 떠난 4개월 뒤 쥘리는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의 사랑이 유달리 불꽃처럼 타올랐던 데는 그것이 ‘불륜’이라는 특별한 사정도 있었다. 그의 남편은 저명 물리학자였고 끝까지 아내의 외도를 눈치채지 못했다. 시인의 열정적인 언어만이 오늘에 남아 뜨거웠던 사랑을 전한다.

오노레 발자크, 장 자크 루소, 빅토르 위고…. 계몽주의에서 낭만주의 시대까지 프랑스의 문호들이 불태웠던, 때로 은밀했고 때로 파멸적이었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정식의 문학사에서는 단순한 에피소드로 취급되는 일화들을 전면으로 떠올려 대작가들을 바로 곁에서 만나듯 친근하게 만들어준다.

19세기 파리의 살롱과 카페 문화가 생생한 정경으로 되살아나고, 발자크 위고 보들레르 등이 나누었던 특별한 우정은 각 단원을 이어주는 튼튼한 연결고리가 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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