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용병감독’ 용병술이 닮았네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29분


거스 히딩크 감독(왼쪽)과 잉글랜드의 스벤-고란 에릭손 감독
거스 히딩크 감독(왼쪽)과 잉글랜드의 스벤-고란 에릭손 감독
네덜란드 출신으로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의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55)과 스웨덴 출신으로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스벤―고란 에릭손 감독(53).

이 두 축구 지도자가 각각 모국이 아닌 이국의 대표팀을 맡아 그라운드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세계 축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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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감독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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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두 명장은 ‘닮은 꼴’이다. 우선 화려한 경력이 뒷받침하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스타플레이어들을 휘어잡는다. 훈련이나 경기 이외에는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일사분란한 행동 통일을 강조하며 식사 시간에 핸드폰이 울리면 호통을 치는 히딩크감독. 식사할 때 맥주나 포도주까지 금주령을 내리고 합숙훈련을 강조하는 에릭손감독. 그러나 두사람 모두 기본 규율에는 엄격하지만 휴식 시간에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선수들에게 농담도 걸고 장난도 치는 등 ‘규율속의 편안함’을 강조한다.

또한 객관적인 평가로 선수를 등용하고 한번 선발한 선수에게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개인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히딩크감독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튀는 성격의 고종수를 다잡아 ‘최선을 다하는 준마’로 탈바꿈 시켰다. 에릭손감독은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골잡이 앤디 콜에 대해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지 최고의 선수”라는 격려와 함께 29일 알바니아전에서도 주전 기용을 약속하는 등 남다른 선수 관리술을 보이고 있다.

전술에 있어서도 두 감독은 ‘4―4―2’포메이션을 축으로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는 빼어난 용병술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까지 성적에 있어서는 에릭손감독이 한발 앞선다. 에릭손감독은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비롯해 2002년 월드컵 예선에서 핀란드를 이기는 등 2승을 거뒀다.히딩크 감독은 칼스버그컵과 두바이대회에 출전해 2승1무2패의 성적을 기록중이다.

임기 5년에 연봉 260만달러(약 31억원), 2002년 월드컵 본선 진출 시 150만달러(약 18억원)의 보너스를 약속받은 에릭손감독은 잉글랜드축구의 재기를 위해 앞장서고있다. 2002년 6월까지 연봉 100만달러(약 12억원), 16강 진출 시 1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받는 히딩크감독은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의 자존심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 두 ‘용병’ 감독의 행보에 세계 축구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수밖에 없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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