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국제적 분쟁 상반된 정책

입력 2001-03-20 18:38수정 2009-09-2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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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발 빼고, 러시아는 개입하고….’ 최근 국제무대에서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이 국제분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예전과 다르게 적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해결사’를 자임했던 미국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갑자기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새 행정부가 이른바 ‘신고립주의’에 대외정책의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끊임없이 구 소련시대의 위상 회복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해 왔다. 러시아의 태도 변화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사자가 해결하라" 新 고립주의 전환▼

미국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신고립주의는 “국제분쟁은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하고 미국은 불가피할 경우에만 개입한다”는 것. 하지만 새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원칙이 ‘국제문제 불개입’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최근의 발칸사태와 중동사태에 대한 대응 양상을 보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마케도니아 정부군과 마케도니아 내 알바니아계 반군간의 충돌이 전면적인 내전과 국제전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는데도 미 국무부는 19일 “마케도니아 정부를 지지하지만 병력은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15일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주둔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평화유지군(SFOR) 소속 미군 병력 800명을 중장비와 함께 철수시켰으며 5월경 병력의 추가 철수까지 시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에 대해서도 미국은 “중재자 역할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9일 “미국은 중동문제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지만 당사자들이 협상의 범위와 내용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 행정부가 55개의 국무부 특사 자리 중 중동평화 특사 등 3분의 1 이상을 없앤 것도 국제문제에 대한 개입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란에 무기를 판매키로 한 데 대해 파월 국무장관이 즉각 “두 나라가 중동지역의 안보를 위협하면 미국은 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 그 예다.

▼"영향력 확대" 전방위 외교로 적극 개입▼

러시아의 국제사회에 대한 개입은 주로 푸틴 대통령 등 고위층 인사들의 전방위(全方位) 외교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은 16∼18일 신유고연방과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등 발칸지역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이례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간 것”이라고 발표해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유고 방문 중에 “러시아가 발칸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코보소에 이어 마케도니아까지 활동반경을 확대한 알바니아계 반군을 막기 위해 신유고연방군을 SFOR에 참여시키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도 19일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신유고연방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이 지역의 분쟁 확산을 막기 위해 무력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는 12일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을 초청해 무기와 핵기술을 판매하기로 약속하면서 과거의 협력관계 복원을 시도하는 등 중동지역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모스크바로 초청하기도 했고 미국의 맹방 중 하나며 중동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예전같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탄 메론 러시아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19일 “푸틴 대통령이 연내에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모스크바〓한기흥·김기현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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