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호랑이 무등골 떠나지마" 항의 봇물

  • 입력 2001년 3월 16일 17시 34분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홈페이지(www.tigers.co.kr)가 시끌벅적하다.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 박용오총재가 해태구단의 매각과 함께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시사하자 야구팬들의 여론이 급격히 들끓고 있는 것. 보도가 나온지 하룻만에 해태의 홈페이지에는 200여개 이상이 글이 올라오면서 연고지 이전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해태팬 김승씨는 "슬픔이 녹아드는 목포의 눈물을 열창하며 타이거즈를 연호하던 추억을 잊을 수 없다"며 가장 먼저 '호남연고 야구단 연고지 이전 반대 투쟁위원회'(이하 이반투)를 만들자고 제안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후 해태 게시판에는 '이반위 발기인 ○○○'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해태팬들은 지난 80~90년대 한국야구를 지탱한 주인공이 바로 해태와 호남팬들이며, 당시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기에 호남인들이 느낀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었던 유일한 분출구가 해태였다는 점을 들어 야구단의 호남지역 존속을 희망하고 있다.

유동묵씨는 "사는 곳은 서울이지만 어린시절부터 오직 해태만 응원해 왔다"며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이 인수하는 건 찬성이지만 연고지 이전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해태를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자" "경기장을 자주 찾아가 자금난에 빠진 해태를 조금이라도 도와주자" "해태 연고지 이전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자"는 글들이 눈에 띄였다.

일부 열성팬들은 "쌍방울 매각때는 전북출신 연예인, 도지사가 나섰는데 광주시는 도대체 뭐하느냐"며 시청 홈페이지 등을 찾아다니며 항의의 글을 올리고 있다.

한편 호남의 지역신문들도 16일부터 시민반응과 함께 '야구단 살리기' 시리즈 기사를 체육면 이외에 사회면과 지역면이 싣고 이 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최용석/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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