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매금융 황금시장을 잡아라" 분당은 지금 '전쟁중'

입력 2001-03-15 18:38수정 2009-09-2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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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금융에서 세계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 HSBC와 씨티뱅크가 분당에 진출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한국에서 양 은행의 지점이 마주보고 있는 곳은 분당이 유일하다. 더군다나 요즘 더욱 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은 모든 은행들이 ‘소매금융 강화’를 외치면서 서울 지역의 다른 은행원들마저 분당으로 와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이들과 부쩍 자주 마주치게 된다는 것. 은행들의 분당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15일 오후 3시. 신한은행 분당지점 김의환 과장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 시간이다.

목적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 요즘 그가 나가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분당에는 40만가구가 아파트에서 거주한다. 거의가 중상위층에다가 담보가액도 높을뿐더러 거액의 대출을 받는다. 마땅히 돈 굴릴 곳 없는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 대출시장에서 이만한 곳을 찾기는 어렵다.”(김 과장)

김 과장의 마케팅 포인트는 중개업자가 아파트 매매를 중개한 고객중 기존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고객이 있는지 알아보고 다니는 것. 그리고 최근 저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도록 해주겠다”며 소개하는 중개업자에겐 수수료(대출금액의 0.2%, 최고 50만원)까지 약속한다. 신규 대출 수요가 거의 포화인 가운데 모두들 이 같은 갈아타기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과장은 “모든 은행들이 중개업자를 공략하기 때문에 수시로 찾아가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은행의 대출 상품이 유리할 때는 과감하게 그 곳을 추천해야 중개업자가 다시 찾는다”고 그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분당구 서현동 삼성플라자 옆 코코플라자 2층에 자리잡은 주택은행의 김영기 과장은 퇴근할 생각을 않는다. 지난 6년간 별 어려움 없이 영업을 해오다가 지난해 8월 HSBC가 1층으로 입주한 이후로 생활이 더욱 빡빡해졌다. ‘적과의 동침’ 때문이다.

HSBC는 3월 1일부터 평일 9시까지는 물론이고 주말에도 문을 연다. 이미 주택은행 본점에서도 우선 분당에서 ‘나이트뱅킹’을 실시할 것을 검토하고 있어 조만간 시행될 움직임이다. 이는 신한은행 등도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 고객들이 “HSBC는 호텔 같은데 주택은행 객장은 여인숙 같다”고 말할 때는 기분이 안 좋다. 그래서 이달 말 객장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다. 창구를 줄이고 ‘돈 되는’ VIP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분당지역의 금융기관들이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갈수록 고객들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2월20일 코미트진흥금고 분당지점이 오픈하면서 1년 정기예금 금리를 은행보다 3% 가량 높은 9%를 내걸었다.

HSBC분당지점 오화경 지점장은 “주로 지식층이 많은 이곳은 어느 한 곳의 금리 우대폭이 크다고 하면 당장 ‘왜 여기는 금리가 이러냐’고 항의가 들어온다”며 “심지어 만기 3∼6개월 정기예금으로 운용하면서 금리를 갈아타는 ‘단타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 지역 은행 지점장의 우대금리는 거의 한계에 다다라 노마진을 하소연할 정도.

씨티뱅크와 HSBC는 금리보다 ‘마이크로 마케팅’에 주력한다. 씨티뱅크 정복기 지점장은 “생일 때 케이크 들고 아파트 방문하기, 공원에서 손수레로 고객들 태워주기 등 깜짝 이벤트를 많이 시행했다”고 말했다.

HSBC 오 지점장은 퇴근 시간에 짐을 꾸린다. 어디로 향할까. “헬스클럽에서 모임이 있어서 얼굴 비치러 갑니다. 그게 다 영업자산이죠.”

시중은행들이 사활을 건 소매금융 경쟁의 최전선에 위치한 분당 지역. 덕분에 고객들은 행복하다. 밤 9시에도 은행 불은 꺼지지 않는다. 그렇게 분당의 밤은 깊어간다.

<분당〓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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