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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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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제5회 ‘젊은 공학인상’을 수상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질환경연구센터 박완철 박사는 실험실을 찾아간 기자를 짓궂은 표정으로 맞아들였다. 한국의 가장 전통 있는 연구소에서 15년 동안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분뇨와 하수를 깨끗이 하는 기술을 묵묵히 개발해온 공로로 5천만 원의 상금을 받은 박 박사는 ‘똥박사’로 잘 알려져 있다.
실험실은 마치 시골 터미널 화장실에 들어선 듯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냄새와는 달리 돼지의 똥오줌으로 범벅이 된 시료가 몇 단계의 처리 공정을 거치자 보리차 같은 맑은 액체로 바뀌어 떨어져 내리고 있다.
“한번 냄새를 맡아보시죠.”
박 박사는 옅은 갈색 액체를 비커에 담아 기자의 코앞에 들이민다. 움찔하며 코를 갖다 대자 뜻밖에 별다른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중간 단계에서 미생물이 냄새를 잡았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지요.”
1955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박 박사는 실제 똥장군도 많이 져 봤다고 한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한동안 농사를 짓다가 건국대 농학과에 편입한 박 박사는 198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들어가면서 환경공학과 인연을 맺는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축산오물 생활폐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내보내졌습니다. 이러다간 온 나라가 똥 냄새로 진동할 처지였죠.”
당시 몇몇 연구자들이 오폐수 처리 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진짜 오물대신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과 질소 인 등의 농도가 비슷한 악취 없는 모방물을 만들어 실험을 하고 있었다. 반면 박 박사는 진짜 똥오줌을 갖고 공정을 개발하기로 했다.
“사람의 분뇨는 중랑하수처리장에서, 축산 분뇨는 안성의 양돈장에서 조달했습니다. 바깥의 봉고차가 똥차인 셈이지요.”
오폐수 처리의 핵심은 오물 분해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등산을 좋아하는 박 박사는 산에서 흙을 채집해 공정에 이상적인 미생물들을 찾았다. 수년간 똥과 씨름한 끝에 마침내 BOD를 2만ppm에서 1000분의 1인 20ppm로 낮춘 획기적인 공정을 개발했다.
박 박사팀이 개발한 설비는 전국 5000여 농가에 보급됐고 이 분야의 선진국인 일본에도 수출됐다.
박 박사팀은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지난 10년 간 약 14억 원의 기술료를 벌어들여 연구소의 살림에 큰 보탬을 주는 연구자가 되었고, 박 박사 역시 1억 원의 연봉을 받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환경벤처인 ‘바이오메카’를 설립하기도 한 박 박사는 앞으로 대규모 분뇨 처리장 공정 개선 연구와 음식 쓰레기 처리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강석기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