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묻지마 일본 진출' 실패 확률 높다

입력 2001-03-05 15:37수정 2009-09-21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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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벤처기업들의 '묻지마 일본 진출'이 늘고 있다.

이들 벤처기업은 국내시장이 위축되자 현지 법인 설립 등을 통해 일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준비 부족으로 진출 1년도 안돼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벤처기업들이 일본에 대거 진출하게 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 이네트가 일본에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커머스21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자 정보통신(IT) 관련 벤처기업들이 물밀듯이 진출했다.

최근 도쿄에서 결성된 한국벤처클럽의 회원사만 40여개사. 이 밖에 벤처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와 오사카 등 지방에 진출한 업체까지 합치면 100여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업체가 130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일본 진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아예 도쿄에 한국IT벤처센터를 설립하고 입주 업체들의 현지 정착을 적극 돕고 있다.

일본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한국 벤처기업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 오히려 기술력을 과신한 나머지 치밀한 준비 없이 서두르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일본사무소 박병준(朴秉駿)소장은 "일본에서의 사업 성패는 얼마나 믿을 만한 파트너를 찾느냐에 달렸다"면서 "파트너를 확정하지 않은 채 막연한 환상만 갖고 진출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절반 이상"이라고 말한다.

사무실부터 덜컹 마련하고 파트너를 찾겠다고 나서면 막대한 운영비만 날리게 된다는 것.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인 A사가 대표적인 사례. 국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후 일본에 진출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당장 철수하고 싶어도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 등으로 1억엔(11억원)이나 지출한 것이 아까워 철수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B사의 경우는 파트너를 잘못 잡아 찾은 경우. 지난해 8월 일본업체로부터 합작 제의를 받고 서둘러 일본에 왔지만 알고보니 상대업체는 IT와는 전혀 관계 없는 제조업체였던 것. 기대했던 마케팅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에 고전하다가 5개월만인 1월 철수했다. 일본시장에 신경을 쓰다보니 한국 내 사업도 엉망이 돼 버렸다.

한국 벤처업체들끼리 한 파트너를 상대로 과당 경쟁을 벌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통신업종의 경우 현재 10여개 업체가 한꺼번에 NTT도코모 등 일본의 대형 통신회사와 제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어 협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것.

KTB네트워크 일본사무소 강경구(姜敬求)소장은 "일본은 초기 사업비용이 한국의 3∼4배가 들고 철수시에는 부동산 해약이나 종업원 해고 등에 어려움이 많다"며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어떻게 성공적인 마케팅 체제를 갖추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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