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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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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화 일보 직전인 문학출판계가 마케팅 아이디어로 숨통틔우기에 나섰다.
여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문학과 지성사. 최근 출간된 김영하의 역사소설 ‘아랑은 왜’를 첫 시험대에 올려, 작품에 등장하는 카페와 음반을 이벤트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소설 속에서 아랑이 나비로 환생했다는 음력 사월 보름에 맞춰 서울 신촌에 있는 카페 ‘오후의 홍차’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갖고, 미국 재즈음악가 팻 매스니의 ‘미주리 하늘 너머’ 음반 50장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문학과 지성사의 다음 이벤트로는 지난해 출간된 신경숙의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가 대기 중이다. 성악가 조수미의 ‘온리 러브’ 음반과 공동 마케팅을 벌인다는 점이 이채롭다.
조씨는 올해초 신씨가 번안한 그리스 민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직접 불러 ‘온리 러브’ 개정판 앨범에 삽입하면서 서로 알게 됐다. ‘온리 러브’ 음반 1000개를 확보한 출판사는 5월 조씨가 귀국하는대로 펜사인회, 경품 행사 등 합동 이벤트를 마련할 계획이다.
창작과 비평사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창비소설선 사인본 판매’ 행사로 독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박완서 현기영 황석영 박범신 김영현 은희경 공지영 한강 등 30여명이 쟁쟁한 작가들이 자기 소설을 주문한 독자들의 이름을 직접 적어 판매하는 이벤트다.
이처럼 전례 없는 ‘문학 마케팅’이 등장한 것은 최근 문학시장이 바닥 모르고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동네 정홍수 부장은 “예년에 비해 소설 판매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웬만한 지명도가 있는 작가라도 초판 3000부 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적어도 5000부는 판매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으므로 그냥 있다가는 적자를 면치 못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