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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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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어떻게 판별하나〓영재 판별과 선발 기준은 국가별 사회별 영재교육기관별로 다르다. 영재성은 학교 성적이나 지능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끈기, 학생 산출문의 질 등을 통해 판별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보통 지능지수(IQ)로 판별하고 그 이상은 다른 영재판별검사를 거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과학분야 12종, 수학분야 16종의 영재판별도구를 개발했다. 분야별로 △초등 1∼3학년용 △초등 4∼6학년용 △중학 1∼3학년용 △고교 1∼3학년용 등 4가지 수준으로 나눠져 있다.
영재성을 단 한차례의 검사 등으로 알 수는 없다. ‘학부모 교사 추천→집단 및 개인 검사(심리검사 포함)→전문가 관찰 평가→영재교육에서의 수행 평가’ 등 다단계로 판별이 이뤄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는 10, 11세 학생을 대상으로 그 수준에 맞는 수학검사로 3%를 선발해 17, 18세용 검사를 실시해 1.5%의 영재를 선발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는 신문에 수학 과학 문제를 광고한 뒤 정답을 보내온 학생들에게 E메일로 1년간 1주일에 한 문제씩을 보내 그 결과로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 의지력 등을 종합 평가한다.
중국도 △얼마나 알고 있나 △아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나 △색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를 본 뒤 4일간 예비수업을 해 아이의 능력이 단순 암기력인지 타고난 능력인지를 판별한다.
현재까지는 과학영재 교육기관으로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 과학고의 지원자격은 중학교 성적 상위 3% 이내다. 그러나 이 같은 전과목 성적만으로 특정 분야의 영재성을 판별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일부 사설 영재학원들이 전국적인 시험이나 몇가지 문제로 아이의 영재성을 판별하고 또 학부모들은 이들 학원에서 강의를 받기위해 몇 달씩 대기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내 아이는 영재’라는 환상을 깨라〓다섯살짜리 ‘민수’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영재전문가를 찾았다. 민수는 ‘천재’라고 불릴 만큼 책을 잘 읽고 계산에도 능하며 영어책도 줄줄 읽는다. 중학교 2학년 영어책을 이해할 정도로 기억력과 학습력이 뛰어났다. 그러나 검사결과는 기초 사고력조차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모양과 색의 도형을 늘어놓고 ‘같은 색끼리 나눠보라’는 문제를 냈지만 풀지 못했다.
민수는 어려서부터 놀 기회도 없이 글자 익히기, 책 읽기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 정상적인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사고수준에도 못 미쳤던 것이다.
학부모들은 흔히 암기력을 영재성으로 착각한다.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기억력이 뛰어나다. 특히 2, 3세 때 기억력이 높고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보다 고급 사고능력이 발달한다. 이 때문에 어렸을 때 똑똑하던 아이가 클수록 엉망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억력은 문제 해결의 기초능력일 뿐 영재성의 주요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내 아이는 영재’라고 섣불리 판단해 무리한 교육을 시키면 역효과만 난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박사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영재라고 착각해 조기교육에 매달리면 오히려 아이의 우수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영재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