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지누션, "내안의 자유를 묶지마, 에이~요!"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41분


‘지누션’에게 물었다.

“힙합이 뭐?” “자유, 그리고 삶.”

‘지누션’의 실제 삶도 그럴까.

그러나 별 재미가 없는 듯 보인다.

기획사(양군기획) 사무실에서 ‘힙합패’끼리 모여 힙합에 어깨를 들썩이거나 춤추고, 길가다가 떠오르는 랩을 메모하고, 주말에는 힙합 클럽에 가서 힙합듣고. 그러다보니 “결혼하고 싶은데 여자 친구가 아직 없다”고 한다. 지누(김진우)는 서른이고 션(노승환)은 29세다.

‘지누션’은 그들의 말대로 힙합이 곧 삶이다. 그러나 이들은 힙합을 정형화하려는 시도나 질문을 가장 싫어한다.

최근 2년만에 내놓은 3집 ‘The Reign(레인)’은 그런 힙합 철학이 담겨 있다. 새 음반의 메시지는 “힙합의 자유를 즐기자는 것”이다.

타이틀곡 ‘A―Yo’(에이―요).

‘에이 요’는 기쁠 때나 슬플 때, 일상적으로 내뱉는 그들(힙합 뮤지션)만의 은어인 감탄사다. 가사에서 보듯 ‘빽있어 유죄가 무죄될 때/배고플 때 밥이 없을 때/예쁜 여자가 눈길 보낼 때’에 힙합패들은 모두 “에이 요”라고 털어버린다. 지누션은 “‘에이 요’는 자신을 얽매고 있는 고삐를 모두 풀어 내안의 나를 일깨우자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흑인 힙합에 아리랑 선율 접목해 신나는 소리패 한마당 연상>

‘에이 요’는 한국의 ‘아리랑’을 변형시킨 피아노 멜로디를 경쾌하게 삽입해 마치 소리패들이 얼싸안고 춤을 추는 마당극을 연상시킨다. 어두컴컴한 힙합 클럽을 밝고 넓은 마당에 드러내놓은 것 같다. 서구 음악에 한국 민요의 선율감을 매끄럽게 접목시키는 데서 서태지의 영향이 보인다. ‘지누션’의 소속사 사장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양현석이다. 이들은 “방송 무대에서도 관객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특히 어려운 안무를 고안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새음반 ‘레인’은 재미있는 노래가 많다.

힙합 생활의 즐거움을 담은 ‘빙빙빙’은 익살스럽고 ‘Ooh Boy’에는 난데없이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정몽주의 시조)가 나온다. 물론 힙합 특유의 비판도 곳곳에 보인다. ‘비겁하게 약한 자를 등쳐먹는 자는 도마위에 올려’(Hiphop Seoul―者), ‘왜 서로 헐뜯으며 시간을 흘려 괜히 너만 피박쓰고 크게 다쳐’(힙合) 등.

세계적인 힙합 그룹 ‘사이프레스 힐’ ‘맙 딥’ ‘엠 플로’ 등이 새음반에 동참한 것도 돋보이는 특징이다. 이들은 모두 ‘지누션’이 직접 편지를 쓰거나 만나 참여를 요청했다. ‘지누션’은 “힙합계는 힙합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서로 통하는 ‘원 러브(One Love)’의 세계”이라고 말했다.

‘지누션’은 97년 강렬한 랩과 쉬운 멜로디를 가진 ‘가솔린’으로 데뷔한 뒤 1999년 ‘태권 V’에서는 R&B(리듬 앤 블루스)로 선회했었다. 이번에 힙합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 이들은 “힙합이 대중화된 시점에서 한국적 정서와 흑인 정통 힙합의 접목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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