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이에겐 이런 책을]'내 짝꿍 최영대'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33분


◇내 짝꿍 최영대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47쪽 5000원 재미마주

“생각해보면 불쌍한 아이였지만 우리는 모두 영대를 따돌렸어요.”(본문9쪽)

“영대는 말도 잘 못해요!” “영대는 굼벵이예요!” “영대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바보!”

선생님은 그러는 아이들을 몇 번은 야단쳤지만 나중에는 그냥 내버려두었다. 수학여행을 떠난 경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대는 버스 안에서도, 불국사에서도 내내 혼자였다.

밤이 되자, 선생님은 아이들을 빨리 재우려고 지키고 서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눈만 말똥말똥했다. 그 때 방귀 소리가 뽕 하고 났다. 누가 잠 안자고 방귀를 뀌느냐는 선생님의 호통에 아이들은 킥킥거리며 입을 모았다. ‘여전히’ 영대였다.

“저 굼벵이 바보요.” “이 애요. 엄마 없는 바보 말이에요.” “굼벵이는 방귀도 역시 독해.”

순간 선생님도 쿡쿡 웃었다, 선생님도.

그러자 영대가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못살게 굴어도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영대가. 영대는 그동안 받은 설움을 모두 울음으로 토해내려는 듯 끝없이 서럽게 울어댔다. 아이들이 어물쩡 사과하고 넘어가려 해도 소용없었다.

마침내 아이들은 영대를 달래고 달래다 하나둘씩 울음을 터뜨리고 결국 선생님도 함께 울어버렸다. 모두 영대 마음이 되어 영대처럼 울기만 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이후, 아이들은 모두 달라졌다. 영대는 이제 아이들 속에 천천히 섞이기 시작했다.

따돌림을 당해서 언제나 혼자인 아이의 고통과 분노가 절절히 전해진다. 엄살을 부리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해주는 ‘현장’의 이야기가 가슴에 덕지덕지 앉은 굳은살을 벗겨내고, 따뜻한 화해의 장으로 우리를 이끌어 낸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소박하고 따뜻한 문장과 그에 꼭 어울리는 그림이 좋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3학년 아이도 같은 반의 어떤 아이를 떠올리며 실감나게 읽을 수 있겠다.(아침햇살아동문학회)

achs00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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