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상한가]대통령직 물러나는 클린턴

  • 입력 2001년 1월 19일 22시 38분


"나라에 봉사할 기회를 준 국민에게 감사한다. 이제 자랑스런 미국 시민으로 돌아가겠다"

20일 퇴임하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고별연설을 했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클린턴의 이 말이 묘한 울림을 남긴다.

20일자 동아일보에는 클린턴의 고별연설 내용과 함께 김영삼전대통령의 '상도동 대학살' 발언과, 조계종 정대 총무원장의 '이회창총재 비난' 발언이 나란히 실렸다.

한쪽은 고별연설을 마친후 홀가분하게 웃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전직 대통령이 현 정권을 향해 '대학살' 운운하며 비난을 했고, 조계종의 큰스님은 '모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엄청난 정치보복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 치고 '사랑스런 한국 시민'으로 돌아간 사람은 한명도 없다. 두 명의 전직대통령이 쇠고랑을 찼고, 또 한명의 전직대통령은 그의 아들을 교도소로 보내야 했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정치보복은 없다'는 말이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 돼버렸다.

또 말은 그렇게 했어도 정작 권좌에 앉았을때 그 말을 지킨 경우도 드물었다.

반면 클린턴은 대통령 재직시 성추문 사건으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았다. 성추문과 관련된 특별검사의 보고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됐고, 그는 국민들을 향해 사과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그는 권좌에 있을때 갖은 수모를 당했지만, 정작 떠날때는 취임초보다 더 높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클린턴은 "처음 백악관에 들어왔을때 보다 더 이상적이고 희망이 가득한 채 떠난다"고 고별소감을 밝혔다.

클린턴의 표정에서 '정치 보복'에 대한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고별연설에서 묘한 여운을 느끼는 이유다.

최용석/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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