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배우 김혜영씨]"성공한 배우로 고향땅 밟고 싶죠"

  • 입력 2000년 12월 31일 17시 34분


“올 3월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서울에 온다면…. 음, ‘영화광’이시니까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영화를 비롯한 문화교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시면 좋겠네요. 민족화합과 통일문제는 물론이고요.”

탈북자출신 배우겸 가수 김혜영씨(25)가 새해 남북관계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포옹하는 모습을 보고 절로 눈물이 났다”는 김씨는 김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반드시 이뤄져 남북이 함께 사는 그날이 앞당겨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98년 8월 귀순 당시의 ‘촌티’를 완전히 벗은 듯 어깨에 닿는 생머리에 발랄한 옷차림이 무척이나 어울리는 김씨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숨가쁘게 진행되어 온 남북관계를 보면서 통일이 꿈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기대어린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중국과 대만이 서로 체제가 다르면서도 자유롭게 왕래하는 모습을 보며 새해에는 남과 북도 자유롭게 편지를 주고받고 그리운 고향에도 언제든지 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두손을 모았다. 남북 자유왕래가 실현되면 ‘남한에서 성공한 배우 김혜영’이란 자랑스러운 훈장을 달고 ‘금의환향’하는 것도 그의 작은 소망의 하나다.

3월에 동국대 연극영상학부 3학년에 편입학하는 김씨는 “북한에서 살았고 남한사회도 조금 알 것 같은 나같은 사람이 새해에는 양쪽의 화해와 협력에 조그만 역할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요즘 북한에서 같이 온 사람들과 궁리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김씨는 ‘애인이 있느냐’는 물음에 수줍게 웃으며 “아직 없다”고 했다. 그는 “그전까진 그러지 않았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때 갑자기 옆구리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음이 따뜻하고 배우 일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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