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음악뒤집기]우울한 감성의 밴드 '넬'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4시 31분


음악은 항상 인간들의 다양한 정서를 담아 낸다. 때로는 환희의 순간을 노래하고 또 어느 때는 도가 지나쳐 욕설이 섞인 절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의 오랜 주제는 '우울함'이다. 90년을 대표하는 영국 밴드 '라디오 헤드'는 이런 우울한 정서를 특유의 냉소적인 시각으로 표현해 세계적인 명성을 구가하고 있다.

얼마 전 데뷔 앨범 'Reflection Of Nell'을 발표한 인디 밴드 '넬'의 음악은 청춘의 우울한 단면들을 힘없이 내뱉고 있어 독특하다. 지난해 조디 포스터가 주연했던 영화 <넬>을 보고 홍익대 앞 클럽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 밴드는 지극히 사적인 소재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넬이 음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갓 20세를 넘은 이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질문과 답처럼 들린다. 그래서인지 음악의 주체인 1인칭의 나는 늘 답답해하고 무엇인가를 찾기를 갈구한다. 그리고 이런 사적인 이야기들은 강하게 걸린 기타의 톤 위로 조용히 가슴 아프다고 말하고 자신의 잠긴 문을 열어 달라고 읊조린다.

♬ 노래듣기

  - Take With Me

넬의 강점은 이런 우울함을 넘어서는 심플하고 친숙한 멜로디에 있다. 특히 '널 언제나 사랑해, 널 언제나 생각해, 널 언제나 기억해'가 반복되는 '믿어서는 안될 말' 이나 꿈속을 유영하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저음의 보컬이 돋보이는 '어차피 그런 것'과 같은 곡들에서 느껴지는 멜로디의 친밀감은 자칫 지루하게 들리기 쉬운 자기 성찰적인 가사들에 액센트가 되어 살아난다.

이외에도 세련된 어쿠스틱 연주가 곡을 이끄는 'Take Me With'나 후반부에서 폭발하는 절규가 돋보이는 '에덴', 그리고 강하게 노이즈 섞인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넌'등의 곡들로 채워진 넬의 데뷔 앨범은 두 번째 앨범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그간 대중들의 댄스 음악에 대한 즉각적이고 폭발적인 반응에 비교한다면 넬의 우울하고 음침한 록 음악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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