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아톰, 일본 로봇산업을 이끌다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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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로봇강국이 된 이유에 대해 만화주인공 아톰을 드는 사람들이 많다. 아톰의 귀여운 모습이 로봇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다는 게 그 이유다.

아톰은 일본 만화의 신으로 불리는 데츠카 오사무가 1951년 월간 ‘소년’지 4월호부터 ‘아톰대사’란 이름으로 1년에 걸쳐 연재한 것이 시초. 1963년부터는 ‘철완 아톰’이란 이름으로 TV만화로도 방영됐다.

데츠카 오사무는 로봇의 의무에 충실하면서도 어린이들의 친구로서 웃음을 잃지 않는 아톰의 모습을 통해 2차대전의 패전 이후 실의에 빠져 있던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일본인들은 다시 일어섰고 아톰의 영향인지 어느 나라보다 먼저 로봇을 받아들여 산업화시켰다.

하지만 아톰 이후 로봇들은 인격성을 잃어버렸다. 일본에서 1963년 처음 방영된 ‘철인 28호’는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기계’였다. 전투로봇의 상징이 된 1972년의 ‘마징가 Z’ 역시 사람이 탄 비행기가 조종석에 결합되는 것이 다를 뿐 마찬가지였다. 마징가 Z 이후에는 아예 로봇이 움직이는 무기로 격하됐다. 1979년 나온 ‘기동전사 건담’은 ‘모빌 슈츠’, 즉 ‘움직이는 전투복’란 개념을 만들어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1976년 개봉된 국산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는 태권소년 철이의 태권동작이 로봇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형태를 보였다. 이러한 인간과 로봇의 결합은 1995년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겔리온’에서 이어졌다. 여기서 주인공은 조종간을 잡지 않고 로봇과 일종의 정신감응으로 로봇을 움직인다. 신세기 에반겔리온은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세밀한 묘사와 개념 설정으로 로봇의 인격화까지 이뤄냈다.

지난 11월 미국 연구팀이 팔동작을 일으키는 원숭이뇌 부위를 전선으로 로봇팔에 연결해 작동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이 연구가 실용화되면 하반신마비환자나 팔다리를 잃은 장애인들도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팔, 다리를 가질 수 있다. 로버트 태권V와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로봇은 이것을 미리 보여준 셈이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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