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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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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제주는 저항의 땅, 항쟁의 섬이라고 불리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고려 말 삼별초의 항쟁과 목호의 난, 조선 말기에 잘못된 제도에 항거했던 이재수의 난, 일본군이 본토 수호의 마지막 보루로 ‘다 함께 죽자’는 옥쇄를 결의했던 ‘결7호 작전’, 1만50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내면서 아직도 마르지 않은 채 제주에 분출하고 있는 ‘4·3’의 눈물 등.
제주에서는 이러한 항쟁과 저항의 흔적을, 몽골 일본 미국 등 거대 제국과의 슬픈 인연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거센 바다와 거친 땅을 무대 삼아 한 많은 세월을 살아온 섬사람들의 삶 이야기도 투쟁과 고난이라면 모를까 평화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평화의 섬을 꿈꾸는 제주가 숙명적으로 직면해야 하는 이 역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제주는 그 해답을 한국 현대사에서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는 4·3의 참된 해결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제주 사람들이 4·3의 질곡 속에서 인내하고 용서하면서 평화를 염원하는 그 마음을 되새겨야 한다.
마침 가칭 ‘4·3 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차제에 유형적인 공원뿐만 아니라 참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무형적인 인권사업까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역사의 아픈 상처 속에서 진정으로 화해와 용서를 추구하고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섬으로서의 ‘평화의 섬’, 이것이 정녕 제주가 추구해야 할 보편가치이며 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참명제일 것이다.
송재호(제주대 교수·관광개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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