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시대]미, 대북정책 '채찍' 들 가능성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49분


“할 일이 많아졌다.”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정부 고위당국자가 한 말이다. 정부관계자들은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대북정책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이는 북―미관계가 남북관계와 함께 한반도 긴장완화 및 화해협력구도 형성에 상호보완적 기능을 해왔고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미 공화당이 7월말 채택한 정강은 ‘북한은 국제사회 밖에 남아 있으며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한반도에는 전쟁발발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한국의 대북포용정책과는 근본적으로 시각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함께 한반도 해빙무드를 조성하는 데 기여해온 미국이 갑자기 대북강경노선으로 선회하진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공화당의 외교노선에 비춰볼 때 장기적으로 한반도정책도 궤도수정이 불가피한 만큼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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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내년 1월20일 부시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해 한미관계와 대북정책 등을 조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부시의 대한반도정책 예상

대북포용정책회의적
대북개입정책재검토
북한 핵, 미사일힘을 통한 해결
남북관계관계개선 지지
북한변화 회의적
대북정책 골간‘아미티지’보고서
아미티지 보고서 주요내용대북억제력 강화 통한 포괄적 협상. 북한 불응시 봉쇄정책, 필요시 북핵시설 선제공격 고려
대한 안보공약공약이행, 한국역할 중시
국가미사일방어체제전면적 구축
외교안보
주요참모
콜린 파월, 폴 월포위츠, 리처드 아미티지, 콘돌리자 라이스

김성한(金聖翰)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부시정부가 기존 대북개입정책을 포기하진 않겠지만 일방적 대북지원 재고와 철저한 상호주의를 북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북―미관계의 경색과 한미간 냉기류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며 적극적인 대책을 강조했다.

물론 ‘절반의 승리’를 안고 출범하는 부시정부가 새로운 대외정책을 입안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동맹국인 한국정부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고,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바꿀 만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한반도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공화당이 대북 ‘포용’보다는 ‘억지’에 무게를 두어왔다는 점에서 해빙기류의 남북관계에 당장 심리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부시당선자 진영의 외교브레인들은 북한의 변화여부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는 강경 기조를 보이고 있다.

강성윤(姜聲允)동국대교수는 “미 정권 교체기에 북한이 얼마만큼 변화 의지를 보이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남북관계는 오히려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변화의지를 보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메시지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으로 이어지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이다. 이산가족방문단 교환이나 남북간 인적 물적 교류의 활성화도 지표가 될 수 있다. 북측이 이런 문제들에 최대한 성의를 보인다면 부시정부도 대북정책 수립과 운용에 융통성과 탄력성을 갖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영관(尹永寬)서울대교수는 “공화당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면서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미중간 대립이 예상된다”며 “이는 한반도문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 만큼 4강외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식·부형권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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