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장쩌민 '제2의 등소평' 꿈꾼다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42분


“나는 바람을 타고 돌아가고 싶으이(我欲乘風歸去).”

중국 장쩌민(江澤民)주석은 9월 밀레니엄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송(宋)대의 문장가인 소동파(蘇東坡)의 이 시구를 인용하며 2003년에 은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장주석은 현재 국가주석과 중국공산당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겸하고 있다. 당총서기직은 2002년 가을, 국가주석직은 2003년 봄 임기가 만료된다.

▼군사委주석 유지 막후정치▼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후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베이징(北京)의 외교가에는 그가 만년의 덩샤오핑(鄧小平)처럼 중앙군사위 주석직만 유지한 채 계속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설이 벌써부터 무성하다.

최근 고위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패척결 과정에서 장주석의 견제세력들이 빠르게 힘을 잃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최대 견제세력으로 알려진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격) 상무위원장의 입지가 직계 인사들의 잇따른 ‘숙청’으로 눈에 띄게 좁아졌다.

장쩌민 약력

1926년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출생
43 학생지하운동참가
46중국공산당 가입
47상하이(上海)교통대 졸업
49상하이 식품엔지니어공장 장
55소련 모스크바 스탈린공장 연수
56 창춘(長春)제1자동차분공장 장
80국가수출입관리위원회 부주임
82전기공업부 부부장
85상하이시장
87중앙정치국 위원
89중국공산당 총서기
93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주석
97덩샤오핑 사망후 최고실력자 오름

▼부패척결 빌미 반대파숙청▼

11월 말 리위원장의 직계로 알려진 차커밍(査克明)전 전력공업부 부부장이 98년 산둥(山東)성 발전소 프로젝트 입찰과정에 개입해 기업으로부터 5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또 9월엔 리위원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던 허베이(河北)성의 뉴마오성(紐茂生) 성장도 옷을 벗었다. 그는 88∼98년 수리부 부부장과 수리부장을 역임했는데 수리부장 재직시 28층짜리 호화 청사를 건립하기 위해 지방 수리부문 등에서 2억3000만위안을 강제 징수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이런 비리는 중국에서 흔해 ‘표적사정’이란 의혹을 낳기도 했다.

전인대의 청커제(成克杰)부위원장이 광시(廣西)성 성장 재직 때의 비리로 9월 총살된 것이나 전인대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리보융(李伯勇)전 노동부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것도 리위원장을 궁지로 몰고 있다.

▼리펑-주룽지계열 입지약화▼

측근을 두지 않기로 유명한 주룽지(朱鎔基)총리도 세가 꺾이기는 마찬가지. 우선 주총리가 관할하는 국무원내에서조차 영(令)이 서지 않는다. 주총리는 산업구조개혁을 위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조기 가입을 추진해왔으나 WTO 가입시 제시해야 할 시장개방일정 등을 둘러싸고 부처별로 의견이 엇갈려 아직 가입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3년 내에 완수하겠다고 공언한 국유기업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얼마 전엔 국무원의 현직 사법부장(법무부장관)이 비리혐의로 실각하기도 했다. 부내 인사를 전횡하고 공무원주택을 착복한 혐의지만 실제론 장주석의 어록을 자의적으로 만들어 팔아 장주석을 곤란하게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 권력서열 2위와 3위인 리위원장과 주총리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것은 장주석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진다는 의미. 따라서 리위원장 등에 대한 견제는 2003년 후계체제 출범을 앞두고 장주석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게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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