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나 몰라라’ 예보공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42분


금융감독원의 금고업계 대책 발표기사가 나간 11일 오후 몇몇 독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금고가 영업정지 되더라도 1인당 100만원씩은 내 주던 급전(急錢)을 5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추진한다’는 기사, 어떻게 된 겁니까? 창구에서는 한 푼도 안 내줍니다.”

확인결과 금고가 영업정지된 후 100만원을 내 준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문제는 금감원이 법규정이 실제로 집행되고 있는지 확인해보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98년8월 개정된 예금보험공사법 시행령에는 “예보 운영위는 급히 내줄 수 있는 금액을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예보는 ‘시행해봐야 소용없다’며 적용하지 않아 왔던 것. 예보 담당부장은 12일 “돈을 달라는 예금주가 다른 사람 보증을 섰는지, 다른 대출금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최소한 2개월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서 금감원은 시행해 본 적도 없는 규정을 ‘고객 위주’로 고치겠다고 생색을 낸 것이고, 예보는 규정이 바뀐 지 2년이 지나도록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나몰라라 한 것이다.

예보측 설명을 기자로부터 전해들은 독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을 신중앙금고 예금자라고 밝힌 다른 독자는 “예보가 예금자의 20일치 이자를 떼어먹었다”고 흥분했다.

예보는 6일 ‘영업정지됐던 신중앙금고 고객에게 예금을 26일부터 지급한다’는 광고를 냈다. 문제는 26일 지급할 돈의 이자는 공고일인 6일을 기준으로 계산한다는 점.

가뜩이나 원래 금리(10%대)보다 낮은 금리(7%대)를 적용하면서 20일치 이자를 국가가 떼먹는다는 주장이다. 이 독자는 예보가 성의만 갖고 있다면 미리 이자계산을 마치고 6일 공고해 7일부터 지급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예보측 실무과장은 “중간에 지급일자가 하루라도 달라지면 작업을 새로 해야 한다”며 ‘안될 말’이라고 강변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98년까지는 영업정지 시점을 근거로 이자를 줬으니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김승련<금융부>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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