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부시-체니 세금 감면 효과 미지수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7시 34분


조지 W 부시 주지사가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딕 체니가 ‘사실상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환영할 만한 뉴스는 아니지만 실제로 미국 국민에게 부시의 경제정책에 대한 암시를 준 사람도 체니였다.

이달초 체니는 어느 경제학자보다도 확신에 찬 어조로 미국이 경기불황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1조6000억달러의 세금 감면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뜻 보면 체니의 발언은 ‘서투른’ 케인스식 사고에 가깝다. 즉 세금과 정부지출을 통해 경제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세금을 줄이고 지출을 늘릴 때마다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정책이 시행될 즈음이면 이미 경기침체는 옛 말이 될 때가 부지기수였다.

물론 경기가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졌을 때처럼 국고지원을 통한 경기부양이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맡겨 이자율 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체니의 발언은 부시의 선거 참모들이 ‘세금 감면이 수요를 창출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던 것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그들의 말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실제로 나는 그들이 ‘서투른’ 케인스언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기가 나쁠 때뿐만 아니라 좋을 때에도 세금 감면을 외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는 부시와 체니가 완벽하게 일치한다.

체니의 발언에는 더 나쁜 뉴스가 담겨 있다. 새로운 행정부는 ‘의문스러운 승리’로 인해 결코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다.

많은 사람들은 부시가 민주당의 정책을 일부 수용하는 중도성향의 정책을 통해 정국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부시를 지지했던 잡지 ‘이코노미스트’조차도 긴축성향의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을 유임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체니는 부시가 대대적인 세금 감면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암시를 한 것이다.

그들이 실제로 이 정책을 내놓았을 때 의회는 늘 그랬던 것처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새 예산안이 나오는 다음달 이후에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새 예산안은 높은 성장률을 약속하면서 막대한 돈이 쏟아져나올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황을 극복한다는 이론까지 곁들여지면 승인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 것이다.

일부에서는 부시가 권한이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도 경제에 해를 끼칠 권한은 없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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