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용금고위기 간단치 않다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9시 01분


국내 굴지의 금고인 동아금고가 영업정지됨에 따라 금고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고객의 불안심리가 예금인출로 이어지면서 우량금고조차 흔들리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금고가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우리가 금고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연쇄도산이 몰고 올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신용금고가 중소기업의 어음을 5조원이나 할인하고 자영업자들이 하루 번 돈을 믿고 맡기는 서민의 금융기관이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금고 거래고객의 70%가 이자생활자라는 통계도 금고의 파행운영이 서민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부분이다.

금고도산 대책은 물론 정부가 주도해 풀어야 할 문제다. 이미 1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고 영업정지 중에도 일정부분 예금을 대신 내어주기로 한 것은 신속히 집행될 경우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감독기관의 금고 실사가 조속히 끝나 옥석이 구분되면 견실한 금고의 경영안정에는 절대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정부가 장단기 금고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세밀하게 따져보면 정부의 대책에 앞서 금고업계 스스로가 선결해야 할 일들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금고업협회는 지난주 보도자료를 통해 부실금고 한두 군데가 더 있다는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이번 사태의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물론 당국자들의 언급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느낌은 없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작금의 분위기는 신용금고 자체에서 잉태된 부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열린금고와 동방금고의 불법대출로 금고업 전체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고객이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에 해당된다. 여기에 덧붙여 내년부터 실시되는 예금부분보장제를 앞두고 뭉칫돈이 이동을 시작한 것이나 일부금고의 무리한 확장과 유가증권 투자의 실패 등도 금고 부실을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들이다. 따라서 금고들도 차제에 고객의 기대에 어긋난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서둘러 자구노력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타 금융기관들도 정부의 금고대책에 호응해서 측면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은행들도 ‘내 코가 석 자’인 것은 이해하지만 자칫 금고업계가 잘못되면 그 여파가 은행권에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

이번 위기를 금고업계가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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