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2000년결산]전세대란에 발동동 울며겨자먹기로 월세로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28분


코멘트
올해 주택시장의 특징중 하나는 연중 내내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애를 태운 점과 오피스텔 등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월세가 아파트 임대시장에도 본격 확산됐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전세금 상승이 지속되면서 전세금이 집값의 80%를 넘는 곳이 속출하는 데도 매매가는 제자리 걸음을 하는 이변이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달라지고 있는 주택시장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두 차례의 전세대란〓외환위기의 영향으로 98년에 전세금은 문자 그대로 ‘폭락’했다. 97년말 수도권 지역의 전세금을 100으로 했을 때 98년 한 때 60 수준으로 떨어진 것. 당시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에게 차액을 마련해주지 못해 집을 급매물로 내다 팔거나 법원경매로 넘기는 ‘수모(?)’를 당했다.

전세 계약 갱신 시점인 올해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전세금이 97년말 수준을 회복하거나 일부지역에서는 97년 수준을 뛰어넘은 것. 이에 따라 올라간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하는 이른바 ‘역 전세대란’이 나타났다. 역 전세대란은 봄 이사철과 가을 이사철,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하면서 연중 세입자들을 괴롭혔다.

▽뛰는 전세금, 기는 매매가〓전세금은 연중 내내 급등을 거듭했지만 매매가는 오르지 않았다. 서울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집값의 80%를 넘는 곳이 속출했지만 집값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전세금이 매매가의 70%를 넘어설 경우 집값이 폭등한다는 부동산업계의 속설 또한 허망하게 깨졌다.

이는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90%를 훨씬 넘어서면서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사라진데다 20∼30대층을 중심으로 내집을 갖기보다는 전세나 월세로 살면서 남는 돈은 재테크상품에 투자하거나 레저활동 등에 쓰겠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세의 확산〓우리나라 주택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30%(95년 인구센서스 기준) 정도다. 하지만 올해 수도권 지역에서 월세의 비율이 45%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30평형 이하 소형아파트의 70% 정도가 월세로 나온 때도 있었다. 이처럼 월세가 급확산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이삿집을 찾지 못한 세입자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원래 셋집에 눌러 살면서 전세금 차액을 월세로 전환했기 때문. 또 전세금의 급등락을 경험한 집주인들이 은행 정기예금(연 8%)보다 훨씬 높은 금리(연 12∼15%)를 보장하는 월세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면서 전셋집을 대거 월세로 바꿨다.

이에 따른 문제도 있었다. 일부 집주인들이 한 때 연리 24% 안팎의 터무니없이 높은 월세를 요구하면서 갈 곳 없는 세입자들을 괴롭혔던 것. 정부는 월세가 늘어나고 가격도 높아지자 조정위를 설치하고 과다한 월세는 중과세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하는 등 세입자 보호 방안 마련에 나섰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