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구대성 일본진출은 정해진 수순"

  • 입력 2000년 12월 5일 15시 30분


국내 프로야구에는 해외진출자격 획득이라는 애매모호한 자격이 있다. 올시즌 초 처음 실시된 FA자격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10시즌을 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자유계약 자격이다.

이와 더불어 시작된 것이 7시즌 이상을 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해외진출 자격. 이 제도는 잘 키운 선수를 해외로 팔아 먹겠다는 속셈이 짙게 깔려있다. 사실상 선동렬이 최초로 해외로 진출하며 구단의 선수 팔아먹기는 시작됐다.

해태는 선동렬 덕택으로 두번에 걸쳐 이적료를 챙기고, 이종범도 넘기며 두둑한 목돈을 챙겼다. 가난한 국내의 구단 사정에서는 만져보기 힘든 액수임은 물론이다.

거액의 뒷돈(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구단의 입장에서는 FA선수 자격으로 해외에 진출해 버리면 돈 한푼 챙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구단들은 마치 선수에게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 해외진출을 돕는다고 발벗고 나섰다.

이 제도가 생긴 이 후로 가장 먼저 해외로 진출한 선수는 한화의 정민철. 정민철이 요미우리로 이적하며 한화가 챙긴 뒷돈은 무려 2억5000만엔(한화 약 25억)이다. 구단 1년 예산의 거의 1/4에 해당하는 거액을 선수 한 명 팔며 손에 쥔 것이다.

이런 짭짤한 수입을 구단에서는 놓칠 수가 없는 것. 그래서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을 보면 구단과 이해관계가 잘 맞는 구단으로 선수들은 넘어가고 있다.

요미우리로 진출한 현대 정민태의 경우도 많은 일본 팀들 중에 가장 한국 선수가 많고 선발 진입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요미우리를 택했다. 결국 협상권을 쥐고 있는 구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이상훈의 경우 공개입찰제도를 통해 메이저리그로 진출을 시도했으나 너무 적은 이적료로 결렬되며 결국 일본 주니치로 이적하게 됐다.

이렇듯 구단은 목돈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아왔다. 구대성의 경우도 메이저리그로 진출을 하겠다고 끝까지 버텼지만 최종 결정은 구단의 몫.

허울 좋은 해외진출자격은 결국 구단만 이득을 보는 또 하나의 노예자격이다. 개인이 아무리 개겨봤자 구단에서 안판다고 하면 옷을 벗던가 아니면 10시즌이 될때까지 국내에서 계속 뛰어야 된다.

말도 많았던 이번 구대성 계약건은 어차피 처음부터 일본으로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펜사인회를 하는 동안 계약사인은 구단에 맡긴 심정이 얼마나 착찹할까….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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