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또 경제위기라니…" 공공근로자들 '한숨'

  • 입력 2000년 11월 27일 00시 16분


강원 강릉시 왕산면 송현리 해발 680m의 삽당령 기슭.

산림청 산하 동부산림관리청의 숲가꾸기 공공근로 사업장에는 37명이 올 3월부터 컨테이너에서 거주하며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97년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실직하거나 파산한 대도시의 가장들이다.

연말까지 일하게 되는 이들은 임도(林道) 보수와 간벌 등을 하며 월 65만여원을 받고 있다. 공공근로사업 참여자인 정모씨(40·인천 북구)는 최근 초등학교 2학년 딸이 보낸 생일축하편지를 받았다.

이 편지에는 “아빠 40번째 생신을 축하드려요. 제가 이번에 좋은 걸 못해드려 죄송해요. 빨리 커서 더 좋은 걸 선물해 드릴께요”라고 적혀 있다. 정씨는 틈틈이 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

20여년간 공사판을 전전하며 모은 3000만원을 97년 음식점에 투자했다가 날려버렸다는 문모씨(49·인천 북구)는 월급 중 40만원을 집에 보내고 있다. 좋아하는 소주 한잔 못마시고 김치와 된장국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는 문씨는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보니 일감을 찾기 어려웠고 겨우 일자리를 잡아도 한달에 10일 정도라 결국 이 곳에 왔다”고 말했다.

생활고로 이혼한 전 부인에게 매달 40만원씩을 보내고 있는 곽모씨(46·서울 마포구)의 사연은 더욱 애틋하다. 곽씨는 97년 초 20여년간 비디오가게 등을 하며 모은 6000여만원으로 치킨가게를 차렸으나 IMF로 문을 닫았고 결국 부인과 헤어졌다.

그러나 파출부 일을 하며 두 자식을 맡아 기르던 전 부인이 병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 곳에서 번 돈을 보내고 있으며 이젠 헤어진 가족들과 다시 합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사랑의 집’ ‘늘푸른 집’ 등으로 이름이 붙여진 10개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은 “경제가 나아지기만 기다렸는데 다시 경제위기가 닥친다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지었다.

<강릉〓경인수기자>sunghy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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