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쫓아가면 와르르... 기껏 털어내면 "껑충"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1분


반등다운 반등 한번 없는 맥없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특정 종목이 반짝 각광을 받기도 하는 ‘개별종목장세’이기도 하다.

‘마침 잘 됐다’하면서 대박종목 발굴에 승부를 거는 투자자들이 많다.하지만 쫓아가면 빠지고 버티다 버티다 털어내면 또다시 오르는 게 얄궂은 종목찾기 게임이다. 이럴땐 한 걸음 쉬는 것도 투자의 지혜. 투자상담 클리닉을 찾아 잘못된 투자습관을 점검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다음 사례는 투자자들이 종목장세에서 빠지기 쉬운 심리적인 함정을 보여준다.

▽물타기로 망한 김모씨

3년전 정년퇴직하면서 받은 연금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로 생활해오던 김씨는 작년에 재미삼아 주식에 손을 댔다. 작년엔 수익이 그럭저럭 괜찮았다. 올들어 은행 금리가 형편없이 떨어지자 목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던 김씨는 은행 적금 몇 개를 깨서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종목’이라고 들은 그 주식이 기세좋게 39만4000원을 치던 7월중순 어느날이었다.

그런데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주가가 다음 날부터 빠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8월초 3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주변의 권유도 있고 또 ‘설마 더 내려갈까’ 싶어 물타기를 시도했다. 곧 반등이 있었다. 하지만 반등은 며칠 못 갔다.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쳐 9월19일 20만8000원까지 내려갔다. ‘설마 20만원 밑으로 가겠느냐’하고 빚까지 내서 또다시 물타기를 시도했다. ‘본전을 다 못찾아도 좋다. 조금만 복구되면 다신 주식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러나 삼성전자는 다시 15만원선으로 미끄러졌다.

⇒나이와 직업을 감안한 투자금액, 손절매 무시, 물타기 감행 등 처음에는 아주 사소하게 시작한 부주의가 반복되면서 비극을 낳은 사례다.

▽정보통 손모씨

손씨는 평소 대박주를 귀신같이 잘 알아맞췄다. 평소 한 투자상담사와 은밀한 정보를 거래하고 있었다. 코스닥업체인 D사 주식이 5일연속 기세상한가를 치면서 1만7000원까지 올라간 뒤 조정을 받고 4000원선으로 떨어진 9월25일 그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다. D사가 자금난에 빠져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채업자를 동원해 작전에 들어갔으니 조만간 1만5000원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기회다 싶어 신용과 미수를 총동원해 주식을 최대한 사들였다. 그런데 며칠 뒤 ‘정현준 사건’이 터지자 D주식은 3일연속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결국 미수 정리를 위해 산 가격의 절반 가격에 가진 주식을 다 던져야 했다.

⇒‘당신이니까 알려준다’는 솔깃한 정보를 믿고 하는 투자는 백번을 성공한다 하더라도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다. ‘사라’고는 권유해도 팔 때는 알려주지 않는다. ‘꾼’들이 역정보를 흘려 물량을 털어내는 경우도 많다.

▽묻지마투자의 희생양 이모씨

인수후개발(A&D) 테마를 선도하던 바른손이 24일 연속 상한가의 신화에 종지부를 찍고 8월 8일 2만1600원에서 잠시 조정을 받았다. ‘다시 가기 시작하면 10만원은 거뜬히 넘길 것’이라는 얘기를 객장에서 들은 이모씨. 그 동안 몇 번 주문을 내도 물량이 없어 마른 침만 삼켜야 했던 이씨는 과감하게 풀배팅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거래없이 3일연속 상한가로 돌아섰다. ‘아, 드디어 돈벼락이 내리는구나’ 하는 흐뭇한 마음도 잠시. 다음 날부터 빠지기 시작한주가는 불과 며칠만에 반 토막이 났다. ‘그래 어디까지 빠지나 보자’ 하면서 장기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주가는 결국 3000원대로 내려 앉았다.

⇒묻지마투자의 이면에는 막연한 기대와 욕심이 숨어있다. ‘남들은 못 먹어도 나는 하면 된다’는 생각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 ‘끝까지 한번 가보자’고 하면 주식은 정말 끝까지 가준다.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이철용기자>lcy@donga.com02―527―8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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