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한때 잘 나가던 젊은 벤처기업가의 허망한 몰락, 검은 커넥션과 부패 고위관료의 자살로 이어지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토양은 무엇일까. 필자는 감히 코스닥시장의 시스템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코스닥시장 운영방식만 제대로 바꿔도 어느 정도의 거품은 제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코스닥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등록 전 공모가에 대한 합리적 산출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공모가는 회사의 총자본을 기본으로 한 자산가치와 미래수익을 기초로 한 수익가치로 결정된다. 그런데 대부분 인터넷업체의 주식 공모가는 미래가치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의 수익가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매출 및 이익 규모에 비해 턱없이 높게 책정돼 왔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이 정도 거품을 안고 갈 수도 있지만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거품은 바닥을 모르고 꺼진다. 요즘 코스닥시장의 대폭락도 이 때문이다.
둘째, 코스닥시장에 대한 분명한 정의와 이에 걸맞은 관리가 필요하다. 코스닥시장이 만들어진 원래 취지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중소 벤처기업에 공식적인 자금조달 창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에는 카지노업, 엔터테인먼트사업, 신용카드업, 금고업, 대기업 등 도저히 시장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 회사들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코스닥은 벤처기업의 투자창구가 아니라 돈놀이꾼들의 투기장으로 변질된 것이다. 경쟁력 있는 기술이 우리의 살길이고 코스닥시장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면 입장객에 대한 심사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한다.
셋째, 입장객 심사뿐만 아니라 명확한 퇴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매년 100개 이상의 업체가 등록하지만 퇴출기업은 거의 없다. 아무리 회사경영에 실패해 시가총액이 낮아져도 절대 쫓겨나지 않는다. 그러니 제대로 경영하지 않으면 퇴출당할 수 있는 미국 증권시장처럼 악착같은 경영정신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어떤 기업가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만 하면 철밥통을 하나 갖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니 한정된 투자자금은 우량기업 중심으로 투자되지 않고 돈놀이를 하는 기업들에 나눠먹기식으로 분배되고 있는 것이다.
사과농사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솎아내기를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도 미국처럼 일정한 시가 총액에 미달하는 회사나 부도 및 화의 상태에 있는 기업은 전체 시장을 위해 퇴출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코스닥시장은 젊은 세대에게 일할 수 있는 동기와 기회를 제공하는 희망의 장이 될 수 있다.
김종현(애니스틸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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