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한 중국대사의 부적절한 발언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59분


우다웨이(武大偉) 주한 중국대사가 어제 한국언론재단 초청 조찬강연에서 한 발언을 보면 과연 그가 적절한 자제심과 겸양의 덕을 갖춘 외교관인지 다시 한번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다웨이대사는 이날 “달라이라마는 종교라는 외투를 쓰고 티베트독립을 주창하고 있으며 그의 노벨평화상수상은 노벨평화상에 대한 우롱”이라고 말했다. 우다웨이대사의 그같은 주장은 문화적 종교적차원에서 순수하게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기대해 온, 특히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평화상 수상국이 된 우리의 입장에서는 정말 듣기에 거북한 얘기다.

더구나 우다웨이대사는 얼마전 “달라이라마가 한국에 온다고 해서 양국이 단교까지야 가지않겠지만…”이라는 위협을 가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도 있다.

한국과 대만의 민항기 운항 재개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우다웨이대사는 “국가 주권에 관련된 문제로 중국과 사전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우리도 하나의 중국정책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기들과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과 대만간의 인적 물적 교류의 현실을 무시한, 듣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자존심마저 건드리는 얘기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다웨이대사가 “미국과 영국이 티베트 독립 획책의 장본인”이라고 비난한 것이나 혼란에 빠진 미국선거 상황에 대해 “자기의 발전모델과 생각,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것은 항상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도 과연 외교관으로서 적절한 언행인지 의문이다. 주한미군의 장래문제 역시 남북한과 4강의 이해가 민감하게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대사가 ‘개인적으로…’운운하며 사견을 밝힐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우다웨이대사는 그동안 “북한 금창리 시설에 대한 미국의 현장접근 요구는 국제적 규범을 벗어난 것으로 생각한다(99.1.7)” “탈북자문제는 어디까지나 중국과 북한의 문제(99.9.2)” “중국회사가 일본과 미국에 수출하는 꽃게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왜 한국시장에서만 납이 나오느냐(2000.9.8)”는 등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중 양국간의 우호관계는 앞으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호혜의 원칙을 벗어난 행동을 하거나 저자세의 분위기가 조성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다웨이대사의 발언을 주목하는 것이다. 또 그의 언행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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