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광우병 공포 全유럽 확산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34분


요즘 프랑스 국민의 관심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아니라 광우병 파동에 온통 쏠려 있다. 예전 같으면 동네 카페나 술집에 모여 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내기를 하며 화제에 올렸을 프랑스 사람들이 “먹을 게 없어 큰 일”이라며 한숨짓고 있다.

지난달 말 카르푸 등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광우병 감염 우려가 높은 쇠고기를 유통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광우병 파동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광우병 신드롬을 낳고 있다. 광우병이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슈퍼마켓 선반에는 쇠고기 제품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맥도널드 등 햄버거 체인점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뜸한 상태.

도미니크 질로 보건장관은 최근 “광우병의 인간감염 형태인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두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밝히고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가 최악의 경우 매년 500명 넘게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프랑스에서 발생한 광우병 감염사례는 90여건으로 벌써 지난해 31건의 3배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공급자쪽에서 먼저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전국농민협회는 8일 프랑스 전국의 소 5∼7%에 해당하는, 96년7월 이전에 출생한 소 130만∼150만마리를 모두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테이크식당 체인인 버펄로그릴과 히포포타무스 등 요식업체들도 갈비스테이크를 메뉴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했다. 파리 툴루즈 셰르부르 보르도 등 주요 도시 학교들은 학부모회의 요청으로 이미 학교급식에서 쇠고기 메뉴를 제외시켰다.

광우병 파동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2002년 대통령선거의 최대 라이벌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한바탕 설전을 벌인 것. 시라크대통령이 최근 “지체없이 동물사료 사용을 금지시키라”고 공격하자 조스팽총리는 국회에서 “연간 70만t에 이르는 소 시체와 비축 동물 사료를 처리할 경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맞받았다.

프랑스에서 시작,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공포는 유럽 축산업의 위기설까지 낳고 있다. 이미 헝가리 폴란드 등은 프랑스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10일 △동물사료사용 전면금지 △광우병 감염 우려 쇠고기 수입금지 △ 광우병 검역강화 등의 조치를 일제히 촉구했다.

데이비드 번 EU 보건소비자보호 담당 집행위원은 각국에 광우병 검역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탈리아는 EU에 긴급 수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거부될 경우 광우병 우려 지역의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스위스는 9일 광우병 감염사례 2건이 새로 발견되자 각급 유치원과 학교 급식에서 쇠고기를 제외시키고 동물사료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스위스 적십자 당국은 광우병 전염을 우려해 광우병 발생 원조국인 영국에서 2개월 이상 체류한 내외국민의 헌혈을 거부할 방침이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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