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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0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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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9세기의 경우 빅톨 위고의 ‘레미제라블’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많이 팔렸다. 1862년 출간 당시 파리 초판본만 7000부가 하루 안에 매진되었고, 브뤼셀 부다페스트 라이프치히 런던 마드리드 리우데자네이루 로테르담 바르샤바 등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출간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훗날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주요 언어로 출간되었음은 물론, 영화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재탄생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성서, 레미제라블의 성공◇
작가로는 지난 5월 21일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바바라 카트랜드(Barbara Cartland· 1901∼2000)가 아닐까 한다. 여러 대에 걸친 복잡한 혼인 관계를 통해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외조모뻘이 되기도 한 그녀는, 1923년에 첫 소설 ‘Jig―Saw’를 발표한 이래 평생 동안 무려 723권의 작품을 출간했다. 가장 많은 책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한 그녀의 작품들은 36개 언어로 번역되어 대략 6억부 이상이 팔렸다. 대부분 19세기를 무대로 한 로맨스이며, 때문에 ‘로맨스의 여왕’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1983년 한해에만 26권의 책을 출간하여 기네스북에 세계신기록 보유자로 등록되기도 했다.
미 의회도서관 관장을 지낸 인기 저술가 다니엘 부어스틴은 베스트셀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베스트셀러? 그저 잘 팔렸으니까 베스트셀러겠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 자신이 베스트셀러 저술가이고 보면, 어떤 의미에서 겸손한 발언이기도 하다.
◇책은 상품이자 문화공공재◇
평소에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사서 보는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시니컬한 주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양서와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양서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레미제라블’은 그런 일치의 드문 경우인 셈인데, 불일치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풍토를 꿈꾼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책은 시장에서 수요자를 기다리는 상품이면서도 단순한 상품 가치 이상의 그 무엇을 지닌 문화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출판의 정도는 바로 그 무엇을 창출하는 것이며, 독서의 정도는 그 무엇을 볼 줄 아는 것이다.
표정훈(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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