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여순사건 다룬 다큐멘터리 논란

  • 입력 2000년 11월 8일 00시 26분


1948년에 발생한 여순사건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애기섬’ 제작을 둘러싸고 재향군인회와 전남 여수 순천지역 사회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애기섬은 여수시 돌산읍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로 여순사건 당시 130여명의 양민이 학살됐던 곳. 이 영화는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가 제작을 의뢰해 장현필감독이 5월부터 현지에서 제작중이며 내년 2월 개봉할 예정.

광주전남재향군인회는 3일 광주 안보회관에서 영화 제작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좌익세력이 경찰과 공무원 우익인사들을 학살했던 만행을 묵과하고 마치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영화제작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측은 “좌우익의 싸움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양민들의 진상을 밝혀보자는 취지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며 “52년전의 갈등을 재현하자는 것이 아닌 만큼 영화 제작중단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장현필감독도 “이 영화는 여순사건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재향군인회의 주장대로 편향된 시각의 영화가 아니다”고 반박했다.한편 여순사건은 48년 10월11일 여수의 14연대가 반란을 일으켜 정부 진압군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양민 등 2500여명이 숨진 사건이다.

<여수〓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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