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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6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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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보위(David Bowie), 이기 팝(Iggy Pop)으로 대표되는 글램 록커의 계보는 90년 '플라시보'(Placebo)라는 밴드로 이어진다. 영화 '벨벳 골드마인'에서 플레이밍 크리스처라는 가상의 글램록 밴드로 출연해 '티-렉스'(T-Rex)의 '20th Century Boy'를 연주하기도 했던 플라시보는 1996년 전설적인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컴백 공연에 출연하면서 영국의 각종 음악 전문지의 표지 모델로 등장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96년 동명 타이틀인 'Placebo'의 'Nancy Boy'가 히트하면서 영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플라시보는 데이빗 보위의 전폭적인 지지로도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이빗 보위의 50회 생일파티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연주해 음반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는가 하면 플라시보를 전 세계에 알린 두 번째 앨범 'Without You I'm Nothing'의 히트 싱글인 'Every You Every Me'에 데이빗 보위가 듀엣으로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플라시보'는 진한 화장과 우아한 복장으로 마약과 섹스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를 쏟아낸 싱어 브라이언 몰코(Brian Molko)의 대외적인 이미지로 영국 대중들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대외적인 이미지만으로 플라시보가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데뷔 이후 리즈, 리딩 등 유럽 대규모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연주력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암울하고 우울한 감성을 표현함으로써 음악매니아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지난해 심은하, 한석규 주연의 영화 '텔미 썸딩'에 이들의 곡 'Crawl'이 삽입되어 99년 국내에서도 상당한 팬을 가지고 있는 플라시보의 이번 앨범 'Black Music Mareket'은 밴드 특유의 감성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관심과 세상에 대한 관점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글지글 거리는 암울한 음악 톤 위에 더해진 직접적인 정치 의식의 표명이나 사회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들은 플라시보가 그간 보여주었던 자유분방한 자기 표현의식들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흑인인권에 대한 관심이 표현된 'Hemoglobin'이나 모히칸 청년의 처칠 동상 훼손을 다룬 'Spite&Malice'를 통해 드러나는 플라시보의 정치의식, 야심찬 현악기 편곡 히든트랙 'Black Market Blood', 'Taste In Men'에서 보여주는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에 대한 관심은 이를 증명한다.
'환자의 심리를 안정적으로 자극하여 병을 치료하는 가짜 약'이라는 밴드의 이름처럼 'Black Music Market'을 통해 특유의 화려한 멜로디를 선보이는 플라시보의 변신은 음악팬들에게 또 다른 위약(僞藥)이 될 것이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atari@donga.com
♬ 노래듣기 |
| - Taste in M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