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21세기형 리더는 '혁명가'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9시 08분


□'21세기 리더의 선택'/ 피터 드러커 외 지음/ 한근태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464쪽/ 1만5000원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고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수록 리더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전문경영자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오너에 의해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우리 나라 경우는 특정 리더에게 전적으로 기업의 운명을 맡기는 체제다. 이 경우 그만큼 리더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며, 국민들도 IMF 사태를 거치면서 리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체험하였다.

이 책은 21세기 새로운 정보 경제와 지구촌 경제 시대를 맞이해 혁신과 변신을 주도해야 할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 저자인 피터 드러커 교수는 우리 나라에도 이미 상당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인물이며, 이 외에도 리더십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와 전문 컨설턴트, 실제 성공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일부 정부 관료들이 저자로 참여하였다. 저자들이 워낙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라 주장하는 바가 일부 상충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관점 속에서 훌륭한 리더십의 공통 분모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일 듯 싶다.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21세기형 리더십의 조건 중 하나는 리더는 기업의 실질적 주인인 주주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충실한 집사(steward) 이상의 역할, 즉 혁명가(revolutionary)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는 범세계적인 규제 완화, 디지털화, 세계화 등의 요인으로 산업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지구상에 등장했고 이들은 기존의 부를 파괴하고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있다. 스타벅스, 델컴퓨터, 노키아, 시스코, 야후, 아마존 등은 동종업계에서 네슬레, IBM, 모토롤라, 반즈앤노블 등 기득권 세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부를 창출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결국 미래의 리더는 게임의 룰을 파괴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혁명가가 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위탁받은 주주들의 재산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21세기형 리더에 대한 저자들의 또 다른 공통 견해는 일방적인 명령보다는 구성원간의 합의를, 통제보다는 자율을, 회사 내규보다는 기업 문화를 중시하는 리더가 우수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혹은 디지털 경제로 불리는 새로운 정보 경제 시대에 리더가 가진 지식과 경험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리더들은 일방적인 지휘나 통제로 조직을 이끌기보다는 조직 내 구성원들이 창의성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나 문화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책의 5부와 6부에서 헌신하고 싶은 회사 세우는 방법, 활기찬 일터를 만드는 방법, 뛰어난 조직 성원을 경영자로 키우는 방법, 위대한 팀을 구축하는 방법 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영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 경기 침체의 원인이 증시 붕괴, 유가 폭등 등 외부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리더십 부재, 혁신 전략의 빈곤, 팀워크의 붕괴 등 내부 요인 때문인지를 판단해보기를 권한다.

이동현(가톨릭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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