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나치독일의 강제 불임수술 전모드러나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9시 06분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에서 자행된 40만 건의 강제적 불임시술에 당시 일급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19일자 과학잡지 ‘네이처’는 베를린의 과학사가들이 나치 치하에서 활동해온 카이저 빌헬름 학회의 역사를 파헤친 결과 인종 차별을 정당화하는 연구가 많았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를 주도했던 핵심 인물은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의 정신의학 책임자인 어니스트 루딘과 동 연구소의 인류학 부문 책임자 어니스트 피셔, 오트마 본 베르슈어 등 세 사람이다.

이들은 나치 지도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인구와 인종 정책을 보좌했다. 특히 루딘은 ‘인종 위생과 인종 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죄인의 거세와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이른바 ‘열등한’ 여성들에 대한 강제적인 불임시술의 기준을 마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주도로 이 기간 동안 이루어진 불임시술 중 95%는 나치 기준으로 볼 때 ‘도덕적으로 병든’ 사람들에게 자행된 것이었다. 또 루딘은 일차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가 점령했던 라인랜드 지방의 흑인 프랑스 병사와 독일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600명의 아이들도 여기에 포함시켰다.

현재 이들 과학사가는 ‘성 호르몬 연구’로 193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 생화학 책임자인 아돌프 부테난트의 나치 협력 가능성을 파헤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카이저 빌헬름 학회의 후신인 막스 플랑크 학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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