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현대-기아 新車개발 시험장 르포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9시 12분


경기 화성군 기아자동차 중앙연구소 충돌시험장. 새로운 자동차 모델 개발을 위해 제작된 시작(試作·prototype) 차량이 측면으로 세워져 있다. 차안에는 모형 인형인 더미(dummy)가 운전자세로 앉아 있고 더미의 머리 가슴 다리 등 신체 부위 곳곳에 각종 센서들이 연결돼 있다.

충돌시험 통제관의 대피 안내방송이 나간 뒤 태양광 보다 2배나 밝은 20만 룩스의 조명등이 환하게 켜지면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출발 지시가 떨어지자 모형 차량인 대차(對車)가 시속 32km의 속도로 시작차량을 향해 쏜살같이 돌진해 측면에 충돌했다. 운전석 문은 크게 부서져 운전석의 반 정도가 밀려 들어갔고 더미도 왼쪽 가슴 어깨 등이 크게 파손됐다.

연구진들이 차량파손 상태, 더미 부상 정도, 에어백 작동, 충돌시 문 개폐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초고속 카메라로 충돌 과정을 촬영한 뒤 정밀 분석해 차량 안전도를 강화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충돌시험장에서는 매일 한 대씩 시작 차량이 부셔진다. 실제 주행할 수 있는 차이지만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한 대에 1억5000만원 정도 든다. 한 차종을 개발하려면 100∼200대 이상 부순다고 한다.

기아자동차 이종인(李鍾仁) 연구개발본부 이사는 “부서진 차는 연구원들에게 ‘교과서’나 마찬가지”라며 “보다 더 안전하고 우수한 차를 만들기 위해 연구진들은 ‘창조적’ 파괴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화성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와 기아자동차 중앙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는 자동차 개발의 ‘메카’. 과거에는 경쟁 관계였지만 두 회사가 합쳐진 뒤 연구·시험시설을 공용하면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는 100만평 규모로 각종 도로 주행시험장 등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연구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길이 4.5km의 고속 주회로는 시속 250km까지 달리 수 있고 커브길에서는 43도 기울기의 벨로드롬으로 만들어져 있어 회전시의 안정성과 선회성능 등 차량 상태를 종합 점검할 수 있다.

또 도로주행장은 요철도로, 모랫길, 진흙탕길, 자갈길, 먼지터널, 23만개의 청강석(靑剛石)을 깐 벨지언 도로 등 세계의 모든 도로상황을 재현해 내구성 방진성능을 시험한다.

풍동(風棟) 시험장도 현대자동차의 자랑거리. 고속으로 바람을 가르며 주행할 때 공기흐름과 저항에서 소음까지 모두 실제 주행조건에서 측정할 수 있는 특수시설. 450억원을 들여 세계에서 세번째로 건설한 최첨단 시설로 연비를 개선하고 소음없는 차를 만든느데 필수적이다. 기아자동차 전파음향실은 차량에서 나오는 내부 전자파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는 곳이다.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시험할 수 있는 곳은 이 곳 뿐이다. 100만개의 전파 중 1개의 내부 전자파를 잡아낼 수 있는 미세한 시설로 급발진 원인 규명 등에 유용하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권문식(權文植)선행개발실장은 “우수한 연구진과 함께 최첨단 연구시설을 갖추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정보화(건설교통부 화물운송과장)

▽특별취재팀〓윤정국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교육팀) 송상근(〃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화성〓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