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37P폭락 배경]현대 '태풍'에 증시 '휘청'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36분


‘현대문제’가 다시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태풍으로 등장했다.

현대건설의 출자전환 문제가 혼선을 보이며 안정기미를 보이던 종합주가지수가 37포인트나 폭락했다. 현대투자신탁증권이 AIG에서 10억달러를 유치키로 한 것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투자심리가 크게 불안해졌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모처럼 형성됐던 안정심리가 현대문제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주가폭락의 직접적 원인은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의 ‘말’이었다. 출자전환을 통해 현대건설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던 투자자들이 실망매물을 쏟아낸 것이다. 진장관의 발언이 ‘현대건설의 해법이 늦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연결된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투신증권의 자금유치 실패설이 나돌았다. AIG가 10억달러를 출자하는 조건으로 정부에 2조5000억원의 자금지원과 현대그룹에 대해서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반도체 경기 때문에 현대전자 주가가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출자전환 문제는 꽤 복잡하게 꼬여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출자전환이 해당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 따라서 출자전환을 할 경우 경영권을 뺏는 등 대주주와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다. 출자전환만 하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엄청난 특혜 시비에 휘말린다.

그러나 현대건설 및 대주주들은 경영권을 잃는 출자전환에 반발하면서 ‘자체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건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2단계 기업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의미를 잃게 된다는 점. “핵심문제를 비껴가면 아무리 많은 기업들을 정리해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강석훈 성신여대 교수)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에 따라 정몽헌 현대아산재단이사회 회장과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현대건설 출자 등 시장이 납득할 만한 추가 자구노력을 요구키로 했다.

현대건설도 시장 반응에 압박을 느끼는 모습.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 주식 527만주(지분 6.93%)를 현대중공업에, 현대상선 주식 2459만주(23.86%)는 정몽헌 회장에게 각각 조만간 매각키로 했다. 또 현대아산의 비상장 주식(850억원 상당)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활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보유주식 매각만으로는 유동성문제를 해소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현대건설은 연말까지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4조원 밑으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을 8월에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행된 것은 전체규모로는 30%선, 월별 실적으로는 66%에 불과하다.

그동안 주가하락 등 외부여건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자구노력 이행 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험이 다시 거론되는 실정이다.

현대문제는 5, 6, 7월 세 차례에 걸쳐 주식시장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이번에도 현대의 자구노력이든,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든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불식시킬 정도의 자금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식시장은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현대사태 일지
▽3월16일 정몽구 정몽헌 형제의 ‘왕자의 난’
▽5월26일 현대건설의 1차 유동성위기 동 아일보 단독 보도
▽5월31일 현대 ‘3부자 퇴진’ 등 경영개 선계획 발표
▽7월24일 현대의 경영개선계획 불이행으 로 한국기업평가 등 현대 8개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7월28일 현대중공업, 외자유치와 상환의 문제로 현대전자와 증권을 제소
▽8월13일 현대건설 2차 경영개선계획 발 표
▽10월17일 현대건설 출자전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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