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사회의 '뇌물성 포상금'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58분


또 한국마사회의 어이없는 행태가 드러났다. 얼마전 감사원으로부터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뇌물성 포상금을 지급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9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부정 불법 경마를 단속하는 검찰 수사관과 경찰관들에게 30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의 경마비리 신고 포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에 마사회로부터 포상금을 받은 검찰과 경찰 관계자가 연인원 112명에 이른다고 한다.

마사회측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포상금 지급만으로는 교묘한 수법의 각종 경마비리를 근절하기 어려워 수사기관으로까지 지급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말이 안되는 얘기다. 마사회의 논리는 조세범을 검거한 수사기관에 대해선 국세청에서 별도의 포상금을 주어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도무지 있을 수 없는 발상이다.

마사회의 수사기관에 대한 포상금 지급기준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수사기관이 경마비리를 인지수사하면 500만원을 지급한다는 규정부터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마사회가 부정 불법 경마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이첩한 경우에도 검거 및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200만원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경마비리 단속은 수사기관 본연의 업무인데도 상식을 초월한 이같은 규정을 만든 것은 뇌물을 합법화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마사회는 그러잖아도 ‘나눠먹기 경영’의 표본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기능직에도 일반직과 같은 호봉체계를 적용, 운전사의 연봉이 6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노조 조합원의 범위를 3급 이하에서 2급 이하로 조정했으며 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위직급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해선 안된다. 우선 이번에 문제가 된 수사기관 포상금은 당장 없애야 한다. 이 기회에 수익금의 사회환원을 늘리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경마가 사행성 도박이 아닌 건전한 레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경마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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